대형병원에서 신생아 네 명이 잇따라 숨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참사가 벌어졌다.

정혜원 이대목동병원 원장이 기자 브리핑에 직접 나섰으나 사과 및 재발 방지만 약속했을 뿐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해 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보건당국은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이 ‘그람음성균’ 중 하나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을 포함하는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의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감시와 처치가 요구되는 세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17일부터 즉각대응팀을 파견해 서울시와 함께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사망 환아 의무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며, 신생아 중환자실 환경 검체, 사망 환아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한 신생아들의 세균 감염이 의심된다는 질병관리본부 발표, 신생아들의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가 있었다는 유족 측 주장, 의료과실이나 기기 오작동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염두에 두고 부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국과수는 애초 이날 오전 8시30분 부검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회의와 의무기록 검토 등에 시간이 걸려 정오를 넘겨서야 첫 시신 부검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종합적인 부검 결과는 한 달 정도 소요되지만 약물·조직 검사 결과는 1주일 정도 뒤에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일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사고 직후 유족은 아기들의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며 의료진의 실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례적인 일’이로 원인도 모르겠다고 한다. 이렇게 큰일이 터졌는데 ‘이례적’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지 말문이 막힌다.

미숙아는 ‘조산아’ 또는 ‘이른 둥이’라고도 하는데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를 총칭해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2005년에는 국내에서 2만498명이 태어나 전체 신생아의 4.8%였던 것이 2015년에는 전체의 6.9%인 3만408명에 달했다. 10년 새 48.3% 증가한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이전에도 좋지 않은 일로 몇 차례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지난 9월 중순 생후 5개월 영아한테 투여하던 수액 세트에서 벌레가 나온 일이 있었다. 수액의 제조사 책임과는 별개로 병원 측의 의약품 관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을 보고 큰 사건의 전조가 될 만한 작은 사건이 그동안 이 병원에서 얼마나 더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특히 이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진료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

정부의 대형병원 관련 정책과 관리가 허술하지 않았는지도 꼼꼼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공감할 만큼 짜임새 있는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