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충북도 소통 특별보좌관(전문임기제 공무원 2급 상당)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찰 신원조회 결과가 금명간 통보될 것으로 알려져 충북도는 임명절차를 거쳐 도지사가 임명하는 수순만 남겨 놓고 있다. 도민들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시종 지사가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의 임명을 강행한다고 그동안의 그 숱한 논란이 잠재워지고 갈등이 마무리될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송 소통 특보 임명을 선거와 연계시켜 달갑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충북도의회 한국당과 그와 궤를 같이하는 보수진영의 떨떠름한 시선만으로 돌릴 수 없는 까닭이 있다. 단순한 정략적 차원에서의 정치공세가 아니라는 얘기다.

송 씨의 소통 특보 내정 소식이 알려지자 이장섭 충북도정무부지사의 깜짝 발탁과 연결시켜 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부지사의 등장은 의외였다. 일각에선 당연 부지사 자리를 꿰 찰만큼의 경륜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직책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의 경력으로 부지사 자리에 오른다는 게 정서적으로 맞느냐에 꽂혔다.

그러나 이 부지사의 등판 논란은 여기서 끝냈어야 했다. 인사권자인 이 지사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임을 인정하고, 또 그 이면엔 정치적 함수가 뻔하니까 이 부지사로 인한 논란 하나로 종결되길 모두가 바랐던 게 사실이다.

3선을 노리는 이 지사 입장에선 재선의 재임기간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공천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심복인 노영민 주중대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시킬 보조재가 그의 보좌관을 지낸 이장섭 부지사였던 것이다.

이런 정략적 판단을 고려해 이 지사의 이 부지사 발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졌고 논란은 얼마안가 가라앉았다. 몸을 낮춘 이 부지사의 처신도 한 몫 했다.

그런데 소통 특보를 신설하면서 시민운동을 한 송 씨의 내정 소식은 도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도청내에 보좌관이 한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무특보까지 있는 마당에 또 소통 특보를 채용한다? 그것도 2급(이사관) 상당으로? 이장섭 사태를 겪었던 도민들이 생각했던, ‘그래도 이장섭까지는 좋았다’는 안도감을 한 순간에 뒤집었다.

소통 특보는 충북도 조직에도 없고, 도의회 협의를 거칠 사안이 아닌 지사 고유의 권한이어서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도민 세금이 나가고, 더욱이 고위직급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건 도민에 대한 예의이자 인사권자가 지켜야 할 기본덕목이다. 도의회 한국당은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누구를 위한 인사냐”, “도청에 선거사무실을 꾸리려는 거냐”며 ‘선거용 코드인사’로 몰아가지만 그렇게만 몰아치다보니 한계가 있다. 이 지사는 송 특보 내정에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물론 눈 가리고 아웅 격이지만 이 지사는 자신의 이같은 주장을 SNS를 통해 전파하고 있다. 비판과 논란에 정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소통특보는 민관협치(거버넌스)의 상징이고 이미 현대행정은 민관협치 시대 속에 와 있다고 했다. 또 지난 선거때 공약사항이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라고 했다. 특히 송 씨는 충북 현안들에 대한 논리를 만들고 중앙 정치권에 건의(투쟁)해 온 민간 실무자중 한명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임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지사의 장황한 주장에도 ‘왜 송재봉이냐’는 의문은 그대로 남는다. 젊은(48) 사람을 2급에 보하는 것도 그렇지만 도청 내 5인방이 될 그를 ‘불필요한 시아버지’로 인식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를 끌어안는 외연 확대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어차피 그들은 ‘우리가 남이가’ 하는 사이 아니던가.

민선7기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임기 6개월동안 무슨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그 기간 5천여만원(급여+각종 경비)의 값어치를 할 지도 미심쩍다. 괜한 갈등만 일으키게 하고 대다수 시민운동가의 정체성과 이미지만 구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손님이 짜다면 짜다. 짜지 않더라도 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식당 주인이 짜지 않다고 우겨대면 그 식당은 망하기 십상이다. 송 소통 특보 임명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손님)들은 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짜지 않다고 하면 앞에선 소통하자면서 뒤에선 그게 불통 아닌가. 소통 특보 임명 길목에서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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