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 <가덕중 교장>

요즘 학교 현장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학생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의 방법은 교과를 통한 방법, 체험을 통한 방법, 수련 활동을 통한 방법, 개인적인 여행을 통한 방법 등 매우 다양하다.

인성 교육의 핵심은 그 무엇보다도 함께 사는 사회 속에서 남을 배려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청소년 단체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긍정적 인성 함양과 극기심, 인내심, 협동심 등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일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1991년 8월 강원도 고성 신평벌, 그 넓디넓은 들판에서 개최된 제17회 세계잼버리는 ‘세계는 하나(Many Lands, One World)’라는 주제로 133개국 19,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 52개 종목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다. ‘잼버리(jamboree)’의 어원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이다. 주요 과정 활동은 수상활동, 해상활동, 산악활동, 특수활동, 일반활동, 선택활동 등으로 구성되었다. 세계 각국의 대원들은 스스럼없이 함께 어울리고 함께 몸을 부딪치며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필자도 30여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이 세계적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영지를 만들고, 숙소를 꾸미고, 식사를 준비하고, 대원들의 일정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였다. 또한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교류하면서 숙영지도 방문하고 대화도 나누고 하면서 참가한 보람을 가슴 깊이 뿌듯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세계의 청소년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호연지기를 기르고, 자신의 앞날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자긍심과 진취적인 기상을 함양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수행원 한 명과 단 둘이서 대원들의 영지를 방문해 준 칼 쿠스타프 스웨덴 국왕, 장마비에 범벅이 된 진입로의 진흙을 퍼나르던 흑인 대원, 설악의 그 시원한 계곡물 속에서 피서와 일광욕을 즐기던 북유럽의 대원들, 동해의 푸른 바다를 만끽하며 스쿠버다이빙에 열중하던 대원들, 냉동피자를 어찌할 줄 몰라 물에 삶아서 먹었던 기억 등 아직도 그때의 추억들이 생생하게 뇌리 속에 남아있다.

벌써 27년 전의 일이니 지금쯤 각 나라에서 온 사진 속의 친구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각자 맡은 바 임무와 소임을 훌륭히 해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또한, 당시 함께해 주신 대장님들과 열심히 활동에 참여해 준 대원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2023년 전북 부안의 새만금간척지에서 다시 한 번 제25회 세계잼버리가 개최된다, 1991년의 그 뜨거웠던 여름처럼 세계 곳곳의 청소년들이 작은 지구촌에서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얼마 전, 청소년의 건전하고 올바른 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활발한 활동과 의견의 교환이 이루어지던 청소년 단체의 사무실에 오랜만에 들러보았다. 안타까웠다. 그 옛날의 분주함과 활발한 활동은 사라지고 적막함마저 감돌았다. 이토록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원인과 이유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해서도 회한이 밀려왔다.

요즘은 과거와 같이 청소년 단체 활동이 전개되는 모습과 제복을 입은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적극적인 지원과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공됨으로써 청소년 단체 활동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이 바로 서기를 기대하며 그때를 그리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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