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김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금지법상의 경조사비를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하하고 식사비3만원, 선물 5만원으로 심의 의결했다. 그러나 농축수산물 함량이 50%가 넘는 물품은 10만원까지 상향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에 개정하려했지만 부정청탁금지법의 본래 취지에 반하고 법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부결시켰는데 다시 개정이 됨 셈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 국공립사립학교, 임직원, 언론 종사자 등을 적용대상으로 하는데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 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하고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100만 원 이하 과태료처분을 내린다고 한다. 이법은 가족이 금품 수수했을 경우에도 공직자 본인을 처벌해서 연좌제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각종 인허가라든지 면허, 채용 승진 등 인사비리에 부정 청탁할 경우 처벌한다고 한다. 그동안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총생산 9020억 원, 총고용 4267명이 감소한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는 발표했다. 또한 권익위의 외부의뢰용역결과를 보면 한우·화훼·음식업에서 생산 거래액과 가격 하락의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국민총생산의 0.019%에 해당하는 9020억 원의 생산이 감소했다고 한다. 총고용의 0.015%인 4267명의 직장 터를 빼왔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 자료를 보면 농축수산물 설 선물세트 판매액이 25.8%나 감소했고, 한우도 전년 대비 도매 거래량은 5.2%, 가격은 9.5% 하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91.8%, 일반 국민의 78.9%는 '청탁금지법이 반부패에 기여했다‘고 한다. 공직자 81%는 '인맥을 통한 청탁이 줄었다'고 한다. 2017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를 보더라도 기업인의 83.9%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법 시행 이후 기업의 판매관리비 대비 접대비 비율은 0.3~0.6%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고 유흥업소 사용 금액도 상당히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이후 많은 변화가 나타난 것은 분명했다. 청렴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청명해졌고 선진국처럼 투명국가로 탈바꿈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부정청탁법의 문제점은 너무 많다. 첫째, 먼저 적용대상이 너무 광범하다. 공직자를 중심으로 했는데 언론계 종사자, 사립학교 교직원, 공단공사 등으로 확대됐다. 적용대상이 가족까지 확대되어 이법의 실효성이 의문이다. 둘째 상급자가 주는 금품· 사교· 의례· 부조 목적 친족 등은 예외사유로 치고 있다. 한 예로 전 이영렬 서울지검장의 부정청탁금지법위반으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즉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에게 밥값을 준 혐의로 청탁위반이라 기소됐지만 상급자이기 때문에 부하에게 격려했다고 봐서 문제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허술하고 과도한 예외조항은 문제라고 본다. 셋째, 그동안 식사비3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선물 5만원으로 정함으로써 경조사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매달 40만에서 50만원씩 나가는 경조사비는 세금이나 마찬가지로 심적 부담이 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이번 경조비 5만원 개정으로 시민들은 좀 숨통이 틔였다고 본다. 넷째, 이번에 국민권익위는 농축수산물 육성을 한다고 하여 10만원으로 인상한 것은 결국 공직자선물은 10만원까지 해야 한다고 인식될게 뻔하다. 정부는 선물상한액을 올린다고 농수축산물이 살리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농축수산육성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법이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어서 손볼 것이 많다. 예외조항이 많고 법으로 금액을 가이드라인 정해놓은 것처럼 함으로써 부정청탁금지법이 본래 취지를 퇴색돼 버린 것은 사실이다. 법은 지키자고 만든 것이다. 법이 예외조항이 많고 해석이 여지가 많다면 누구나 법망을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칠 것이다. 청렴은 마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부터 9급 공무원까지 누구나 지켜야 하고 10년 20년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공평함을 국민들은 체감하고 준수할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조령모개식 법 개정으로 법적 실효성이 사라지지 않을 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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