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정유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시종 충북지사가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을 도민소통특별보좌관에 내정해 지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이 지사가 도민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 송 센터장을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내정했는데 되레 논란의 중심에 섰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은 이 지사의 3선용 인사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도청 공무원들도 탐탁지 않게 여겨 자충수란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여론이 좋지 않자 이 지사가 이례적으로 SNS와 충북경제포럼 등을 통해 송 센터장의 특보 내정 배경과 활용계획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이해를 구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지사의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번에는 송 내정자도 직접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송 내정자는 지난 21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소통특보이면서도 먼저 소통하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며 “먼저 이해와 양해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는 스스로 소통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이 시민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다며 야당의 내정 철회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당 등 보수진영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물리적으로 임명을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소속 한 도의원은 “진정한 소통특보라면 반대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왜 고집 부리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인사는 반드시 도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민선 6기 임기를 8개월 남기고 노영민 주중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이장섭 청와대 행정관을 정무부지사로 깜짝 발탁한데 이어 한 달 뒤 시민운동에 전념해 온 송 센터장을 2급 소통특보로 내정했다.

야당은 ‘코드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진작 데려다 쓰지 이제서 왜’라며 자존심이 상했다는 반응을 보인다. 선거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사가 채용한 기존 비서관 또는 보좌관들이 대부분 5급(사무관) 상당인데 도청 국장(3급 부이사관) 보다 높은 자리이고 정무부지사에 이어 소통특보까지 진보진영 인사를 앉히니 분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비록 6개월짜리 전문임기제 공무원이긴 하나 부지사 다음의 지방공무원 최고위직에 합당한 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1993년 충북시민회(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시민사회운동을 시작,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NGO센터장을 맡는 등 충북의 대표적 시민운동 1세대로 진보진영을 아우르고 대정부 투쟁은 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의회는 물론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데는 태생적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방정부를 견제·감시하던 충북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가 돌연 2급 지방공무원이 돼 충북도로부터 녹봉을 받아 챙기려하는 송 내정자에게 도민들이 실망하는 이유다.

송 내정자는 자신으로 인해 제기된 지역의 갈등을 봉합하고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쌓아 놓은 스스로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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