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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송년회(送年會)와 술<반영섭>
동양칼럼-송년회(送年會)와 술<반영섭>
  • 반영섭
  • 승인 2017.12.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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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섭 인성교육 칼럼니스트

(반영섭 인성교육 칼럼니스트)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정유년(丁酉年)도 며칠남지 않은 12월 끝자락이다. 저녁마다 음식점에서는 각종모임의 송년회가 한창이다. 송년회란 한 해의 마지막 무렵에 그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서로 나누기 위하여 여러 사람이 모여 갖는 모임이다.

일본어에서 차용된 그 해의 안 좋았던 일을 잊자는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이 사용되었지만, 요즈음은 올해를 되돌아보며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으로 송년회’(送年會)라고 한다. 송년회는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혹은 한 해 동안 공동체로 여러 일을 도모했던 인연들끼리 서로 마주보며 세월의 흔적을 추억하거나 일의 성과를 회고하고 전망하는 것이 송년회의 의미와 취지이다. 당연히 송년회 모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요즈음 술은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다 같이 필요한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되어버렸다. 누구나 술을 마시게 되면 곧잘 솔직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그 솔직함이 좋아서 한해가 저물어가는 요즈음 음식점에서 고기 굽는 희뿌연 연기를 어깨로 넘기며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한해를 뒤돌아보는 것 아닐까? 거기다 인생의 낭만과 우정을 함께 즐긴다.

술이란 한낱 음식이요, 배설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한 잔의 술에 박장대소하는 술자리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남녀 간에 불같은 사랑과 이별이 그리고, 한 개인의 출세와 영화를 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술을 마실 때는 정서가 가장 소중하다. 적당히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다. 술은 최고의 음식이며 최고의 문화다. 술은 비와 같다.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어지럽게 하나, 옥토에 내리면 그 곳에 꽃을 피우게 한다.

어느 시인이 ‘술은 그 사람의 마음을 비춰내는 거울이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의 진리고, 전부이니라.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며 웃음 짓노라! 까닭이 있어 술을 마시고 까닭이 없어 술을 마신다. 술이 없으면 낭만이 없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사리를 분별할 수 없다’고 했다.

술좌석에서 잔이 한 바퀴 도는 것을 한 순배(巡杯)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대개 석 잔은 훈훈하고, 다섯 잔은 기분 좋고, 일곱 잔은 흡족하고 아홉 잔은 지나치므로 일곱 잔 이상은 절대로 권하여 돌리지 아니하였다. 술은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양처럼 순하고, 그보다 더 마시면 돼지처럼 더럽게 되고, 너무 지나치게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 부르게 한다.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인 것이다.

그러니 술이 좋은 선물이라 하나 과음을 삼가 하는 음주문화를 만들어야한다. 술 때문에 송년회를 참석하여 불편한 감정을 다스려 자리의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반대로 적당한 음주로 인해 안 좋은 감정의 얽힌 실타래를 술술 푸는 것이 술의 촉매적 역할이다. 과거에 쌓아놓은 얽힘을 푼다는 것은 화해와 소통으로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년회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좋지 않았던 일들을 초월 혹은 극복하기 위해 사과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은 어떤 자리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수많은 날들을 혼자가 아닌 이웃, 친구, 동료 나아가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내년에도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올 한해는 유난히도 국민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 각종 대형사건과 이슈들로 얼룩진 격동의 한해였다. 박근혜대통령탄핵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치욕적인 사건, 그로 말미암아 일정보다 앞당겨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제19대 문재인대통령이 탄생되었다.

그로 인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진보와 보수의 아우성, 탈도 많고 말도 많던 3년만에 인양된 세월호,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인한 사드배치 논란, 예상하지 못했던 포항의 지진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거기다가 적폐청산이다 정치보복이다 하며 난장판이 된 여야국회의원들의 작태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또 각종비리사건, 악성루머, 경제몰락 등 유독 짜증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얼마 전 지진으로 집을 잃고 대피소에서 어렵게 지내는 포항시민들에게 전국의 봉사자들이 단걸음에 뛰어가 자기 일처럼 발 벗어 제치고 도와주는 훈훈한 소식, 북한 한 병사가 목숨을 걸고 판문점에서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자유를 찾아 귀순한 사건, 그를 일사분란하게 구조하여 살려낸 이국중교수와 그의 의술이 전 세계에 보도 되었고, 이제 당당히 의식을 되찾고 일반병실에서 한류 걸그룹들의 노래를 들으며 초코파이를 먹으며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 세계인의 겨울축제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 그나마 이런 소식들이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이제 이런 기쁘고 흐뭇한 일들만을 떠올리자. 그리고 송년회 가는 길에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천원짜리지페 한 장이라도 넣어 보자. 어려운 이웃에게도 눈길을 돌려 보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적당히 술을 마시며 즐거운 송년회를 갖고 희망찬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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