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조사서 대지조성시설도 확인
문화재청, 내년부터 정밀발굴 조사

부여군이 문화재청 문화재보수정비 국고보조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사적 425호 부여 화지산유적에 대한 시굴 조사가 완료됐다. 사진은 이번 시굴조사에서 발견된 건물지 흔적과 부여 화지산.

 (부여=동양일보 박유화 기자) 충남 부여 화지산 유적(사적 425호)에서 사비 백제(538~660) 시대 건물지 흔적 등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부여군과 백제고도문화재단이 청의 허가를 얻어 시행한 화지산 유적 발굴조사에서 이같이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부여 시가지 남쪽에 있는 야산인 화지산 유적은 예로부터 임금의 왕궁 밖 별궁인 이궁, 정자인 망해정, 임금이 마시는 우물인 어정 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본기 의자왕 15년에 ‘왕궁 남쪽에 망해정을 세웠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2000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시행한 긴급발굴조사에서도 초석 건물지, 기단 유구, 목책 시설 등 다양한 백제 시대 유구가 발견됐다.

사비 백제의 상류층 거주지에서 주로 발견되는 굴뚝 시설의 토기도 출토돼 기와를 사용한 건물의 존재를 짐작하게 한다.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실시된 4차 발굴조사에서는 화지산 정상부와 남서쪽 사면부 일대에 대규모 대지조성시설(건축물을 축조하기 위해 흙을 되메우는 시설)과 백제 시대 초석 건물지 등이 드러났다.

통일신라 시대 화장묘, 고려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땅에 구덩이를 파 시체를 묻었던 무덤인 토광묘도 확인됐다.

백제의 접시 조각, 통일신라 화장묘에서 사용된 질그릇과 뼈단지, 고려 도자기 조각들도 나와 화지산 일대가 여러 왕조를 거쳐 꾸준히 사용된 공간임을 증명했다.

문화재청은 “화지산 유적 일대는 인근 궁남지, 군수리사지, 동남리사지 등과 함께 백제 사비도성과 연관된 중요 시설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 고고학 조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내년부터는 정밀 발굴조사에 주력해 사비백제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심 유적을 발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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