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박희팔 논설위원 / 소설가) 이윤을 바라고 하는 게 장사다. 그래서 장사꾼은 오리(五厘)를 보고 십리(十里)를 간다고 한다. 사소한 일도 유익하기만 하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돈(이윤)에 대한 장사꾼의 집념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고 보면 사람은 다 장사꾼이다. 자기에게 이익 되기를 바라는 게 사람이지 않는가. 일을 하는 것, 공부를 하는 것… 등등 하나같이 다 그렇다.

“할아버지, 할아버진 저처럼 젊어보셨지요?” “물론이지.” “그런데 전 할아버지처럼 늙어보지 못했어요.” “그렇지.” “그럼 저보다 그만큼 이익을 많이 보셨겠네요?” “무슨 소리냐 무슨 이익을 봐 오히려 인제 늙어빠져서 남은 건 죽는 날 뿐인 걸.” “그만큼 저보다 오래 사셨으니까 보고 들은 것 경험 등을 많이 하셨을 테니 그만큼 저보다 이익을 많이 보신 거지요.” “이놈 봐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 “어떻게 하면 할아버지처럼 곱게 살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거 말씀해 주셔요.” “참 그 녀석, 내가 그렇게 보이냐. 난 내 분수껏 산 것밖에 없다.” “그것 얘기해주셔요!” “네가 이익, 이익 얘길 하니 내가 참고하고 살아온 두 장사꾼얘길 해주마.” 할아버진 젊은이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한번 히쭉 웃어 보이며 말한다.

“옛날 세종대왕이 그렇게 앵두를 좋아했단다. 그래서 언제 앵두를 찾을지 몰라서 임금이 잡숫는 음식을 관장하는 관서에서는 늘 앵두를 준비해 두었지만 겨울에는 저장이 어려워서 못했는데 갑자기 세종대왕이 겨울에 앵두를 찾으신 게야. 그래 발칵 난리가 났지 그래서 담당관서에서는 급히 전국에 파발을 보내 앵두를 구해 보내라고 했겠다. 하여 지방관청에서는 난리가 났지 관원들을 각 고을로 보내서 구해보았지만 어림도 없어서 방을 붙였어 ‘앵두를 구해오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다.’고. 그런데 그때 말이다. 경기도 안성에 사는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 큰 상에 눈이 멀어서 일을 저질렀다는구나. 즉 앵두가 많이 나올 때 술에 담갔다가 겨울에 꺼내먹곤 했다는데 이걸 꺼내서 물에 깨끗이 씻어 싱싱한 앵두처럼 해서 진상을 했다는 게야. 물론 그는 큰 상을 받았지. 하지만 그 장사치는 상을 받은 즉시 뒤가 무서워서 도망치고 말았다는구나. 임금을 속였으니 역적과 마찬가지가 아녔겠냐 말이다. 한편 담당관서에서는 도착한 앵두를 확인했다. 혹시 독이 들어있지 않나 해서였지. 그래서 한 개를 꺼내 맛보았다는구나. 한데 맛이 이상하거든 씁쓸한 것이 제 앵두 맛이 아닌 게야. 그래 곧 술에 담갔던 거라는 걸 알아차렸지. 해서 곧 사헌부에서 그 앵두장수를 잡아들이려고 안성으로 갔지만 그는 이미 산속 깊숙이 사라져버린 후라 끝내 잡지 못했다는 게야.” “그럼 그 앵두장수는 큰 이익은 남겼지만 세상에 나와 써보지도 못하고 일생을 숨어살아야만 했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고 어디론지 자취를 감춘 사람을 ‘앵두장수’ 라고 하는데, 자기 분수껏 살지 않고 욕심을 부리고 만 게지. 그러면 뭐 하는가 결과가 그러니.” “그리고 또 한 가지는요?” “또 한 가지 얘기는 말이다. ‘송도 오이장수’ 얘기야.” “송도면 개성을 말하는 거 아녜요?” “그렇지 예전엔 안성과 개성이 장사로 유명했지. 그래서 ‘안성맞춤’ 하면, 안성지방에서 유기물(놋그릇)을 맞추면 잘 맞는다는 말이고, ‘개성부기(開城簿記)’ 는 ‘사개다리치부(四介다리置簿)’ 라고 해서, 개성상인들 사이에 쓰이던 복식치부장을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지. 곧 금품의 출입을 여러 과목으로 나누어 꾸어주는 것과 꾸는 것을 철저히 밝혀놓은 것이야.” “그렇군요. 그럼 그 ‘송도 오이장수’ 얘기 얼른 얘기해 주세요!” “그러마, 송도의 한 오이장수가 말이다. 서울서부터 의주까지 오이를 팔려고 돌아다녀보았으나 가는 곳마다 시세가 떨어져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팔지 않고 많은 이윤을 위해 계속 찾아다니다가 나중에 개성으로 되돌아왔을 때에는 오이가 곯고 썩어 쓸모가 없어졌다는 얘기야.” “하하하, 장사에는 도가 텄다는 개성상인도 더 많은 이익을 좆다가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봤군요.” “그렇지 그러니 이 사람도 너무 욕심을 부리다 화를 당한 거지. 그래서 나는 이 나이를 살면서 이 두 가지를 거울로 삼아 내 분수껏 살아온 게야.” “할아버진 확실히 저보다 큰 거 한 가지를 더 가지고 계셔서 배울 점이 많군요.” “그래? 그게 뭔데?” “저는 지금 젊어는 있으나 아직 늙어는 보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한 살이라도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하나 봐요.” “허허, 그런 생각인가? 그렇다면 늙은이도 세 살 먹은 아이한태 배울 점이 있다 했는데 오늘 내가 자네에게 그간 젊은이들에게 오해했던 걸 풀었네.” “그게 뭔데요?” “요새 젊은이도 늙은이를 알아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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