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충북도가 소통을 위해 내정한 도민소통특별보좌관이 되레 불통으로 불똥이 튀는 것 같다. 논란이 가라앉기는 커녕 확산돼 가면서 임명권자나 내정자 모두 내상이 커지고 있다. 대개의 논란이 시간이 흐르거나 정면 돌파식 대응이 있다 싶으면 일단 수그러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충북도 소통특보 신설 건은 정반대 양상을 보여 향후 몰고 올 여파를 짐작케 해 준다.

이시종 지사는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을 2급 상당의 소통특보로 내정했다. 송 센터장은 대학 졸업후 1990년대 초부터 청주시민회(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시민활동을 하기 시작해 사무처장을 거쳐 2012년부터 충북NGO센터장을 맡고 있다.

필자가 송 센터장을 처음 대면한 것은 당시 청주시민회를 이끌던 동범 최병준(작고) 선생의 소개를 받는 자리에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발을 내디딘 사회에서 하기 시작한 일이 최 선생 밑에서 배운 시민운동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송 센터장은 지역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지역발전에 한 몸 불사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뚜렷한 소신과 의식이 없다면 하지도 못할 일을 그는 해 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충북경실련을 이끌어 온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소장(충북국토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촉진센터장)과 함께 청주 1세대 시민운동가로 우뚝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운동이 진보성향을 띠다보니 그 단체나 대표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쩜 계륵처럼 보이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정책이나 업무가 잘못됐다며 행정기관과 기업, 정당에 대해 지적하고 때로는 길바닥에 나가 집회를 열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보니 사안에 따라 더욱 부정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문제는 ‘왜 하필이면 송재봉이냐’에 있다. 소통특보 내정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도 일부 그렇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꼭 그여야만 했느냐고 생각하는데서 심각성이 있다.

이 지사 임기 말년의 최대 악수(惡手)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른다고 유야무야 될 성질이 아니다. 이 지사의 해명대로 소통특보 신설과 그의 내정이 선거용이 아니라면 당장 시급하지도 않은 6개월짜리 2급 자리를 만들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2급 자리는 지사와 행정·정무부지사를 뺀 기획관리실장, 재난안전실장과 동급이다. 3300명(소방직 포함)이 넘는 충북도청 공무원이 30~40년 공무원 생활해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다. 그런데 이런 ‘빅5’와 맞먹는 자리를 공직 경험이 전무하고 시민운동 좀 했다는 사람한테 바치겠다고? 그것도 48세에? 도청뿐 만 아니라 충북도내 전체 공무원들이 박탈감에 일할 맛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임기 6개월의 소통특보가 과연 얼마만큼 일을 할 거며 재직기간 봉급은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오는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겐 이처럼 좋은 공격거리가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인물이 빈약해 버거운 싸움을 해야 할 야당으로서는 먹잇감을 통째로 얻은 셈이다. 야당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이를 이슈화해 공무원들을 자극할 것이고 그들은 식사자리든, 술자리든 은근슬쩍 동네방네에 흘리고도 남을 일이다.

산토끼 때문에 집토끼를 잃을 위기에 있는 이 지사가 7전 7승의 선거왕 답게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오히려 관심거리가 됐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송 센터장을 내정해 놓고 철회하기도 곤란한 처지일 것이다. 자칫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괜한 사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꼴만 우습게 만들었다는 공격에 부딪칠 수 있다. 그렇다고 송 내정자를 끌어안고 가기에는 여론이 너무 안좋다. 3선 도전을 안한다면 몰라도.

송 내정자도 논란이 확산되자 “소통특보로 내정됐음에도 먼저 소통하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그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자진철회 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지금은 자존심 싸움 할 때가 아니다. 내정을 고사하는 게 압박 여론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이는 곧 시민운동과 시민운동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순간, 소통은 물 건너간다. 소통이 불통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시민운동의 정체성은 더 훼손되고 시민운동가로 각인된 송 센터장의 이미지만 불통으로 고착화될 것이다.

예기치 않게 자신으로 인해 야기된 지역 갈등과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면 송 센터장이 먼저 ‘다 내 탓이요’하고 내려놓는 게 상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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