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4명의 희생자 발인이 엄수되면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숨진 29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이번 참사는 1994년 10월 24일 충주유람선 화재로 30명이 숨졌던 대형사건 이래 충북에서는 두번째로 큰 것이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추후 이런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철저하게 복기해가며 근본적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이번 참화가 대형사건으로 번진 데에는 소방관들의 진입을 막았던 불법주차 차량들과, 스프링쿨러의 미작동, 차량 연소의 단초를 제공한 필로티 구조, 가연성 외벽 마감재인 드라이비트 사용, 대부분의 희생자가 발생했던 여자목욕탕의 자동문 미작동,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적정대응 여부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작은 것 하나 소홀히 흘려보내지 않고 철저하게 책임소재를 가려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런 사회적 참화를 두고 대응하는 시민들의 의식에 있다.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유가족과 소방관들에 대해 ‘칼질’하는 악플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희생자 유족과 소방관들을 겨냥해 욕설에 가까운 악성댓글로 도배하고 있다.

“유족 갑질 장난 아니네, 무슨 일만 생기면 꼬투리잡기 바쁘구먼, 동정심도 사라지네” 등의 글로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유족들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다. 유족에 대한 악플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소방관들에 대한 공격 또한 예사로 넘길 수준이 아니다.

“사람을 구하지도 못하면서 쇼하러 출동했나, 물만 뿌리다가 질식사로 다 죽여놓고, 소방복만 입으면 전문가냐” 등등의 악플은 화마와 사투를 벌이며 생명을 구하려 노력했던 소방관들의 자존감과 긍지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물론 사다리차와 굴절차의 미작동 여부와 2층 창문을 부수지 못했던 부분 등 소방관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도매금’으로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참화가 발생했던 이날 화재현장으로 출동한 가용인원 33명 중 구조요원은 4명 뿐이었다.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제천소방서의 구조인력은 4명 뿐이다. 당시 현장에서 대응할 인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소방서 한 곳에서 한꺼번에 30~40명이 출동하고 주변 소방서에서 바로 지원 가능한 서울이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정말 안타깝지만 여긴 시골이다. 안전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천 소방인력과 초기 출동 인력은 서울의 절반 수준이었고, 구조대도 서울이 7명인데 비해 4명 뿐이었다. 관할면적 또한 서울 평균의 35배 정도 넓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한다. 어느 목숨인들 중하지 않은 것이 없을진데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소방력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과 빈약한 장비 속에서도 소방관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지옥불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안위에 앞서 위태로운 그 생명을 구하는 것을 본능으로 삼기 때문이다. 차제에 소방인력과 장비, 구조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시금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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