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시인

(나기황 시인) 죄와 벌의 기준은 무엇일까.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망자는 생전의 죄업에 따라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지옥이라는 7개의 관문(재판)을 무사히 통과해야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최신에 개봉된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주된 내용이다.

다분히 만화적인 요소와 CG가 결합된 한국형 판타지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한 해의 끝자락에서 받아들이는 메시지만큼은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주인공인 망자는 세 명의 저승차사(差使-안내자)들에 의해 일곱 개 지옥에 차례로 인도된다. 삼차사 역시 염라대왕으로부터 천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주인공은 48번째의 ‘정의로운 망자’ 즉 지옥에서는 보기 드문 귀인(貴人)’으로서 차사들은 어떻게든 주인공을 환생시키기 위해 변호사로서, 때론 호위무사로서 역할을 하면서 7개의 지옥문을 통과하도록 도와주게 된다.

일곱 개의 지옥 중에서 살인, 폭력, 거짓, 천륜지옥이야 당연하다고 보고, 배신, 불의의 지옥도 짐작이 가는데 ‘나태지옥’에 와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설마 ‘나태(懶怠)’가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환생의 요건이 될 만큼 대단한 죄란 말인가. 법구경(法句經)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게으름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게으름은 별거 아닌 일로 바쁜 것이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은 죽음에 이르고, 애써 노력하는 사람은 죽는 법이 없다”

별거 아닌 사소한 일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이 게으름이자 ‘나태’라면 나태지옥도 만만치 않은 관문이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용서다. 착하게 살라는 것이다.

‘죽기 전에 이승에서 용서를 받은 사람은 저승에서 더 이상 심판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위로가 된다.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진정으로 뉘우치고 용서받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 메시지의 핵심이다.

엊그제 맞이한 성탄이 주는 의미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여 잘못을 알려주고 용서해 주기 위해 인간세계에 개입하게 된다.

2000여 년 전, 이스라엘 베들레헴이란 작은 고을에 ‘말씀(신)이 사람이 되시어’ 아기예수의 모습으로 탄생한 것이다.

차기에 개봉 예정인 ‘신과 함께 2탄-천국 편’의 기둥 스토리도 아마 사랑과 용서가 될 것이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가톨릭 기도문의 일부다.

잘못의 뉘우침과 용서가 죄의 사함을 받는 전제조건이 된다. 가장 큰 사랑은 용서라는 얘기다.

거기에 ‘신의 숨결’이라 불리는 ‘성령(Paraclito)‘으로부터 지옥문을 닫고 천국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선물로 주어지게 되는데, 소위 ‘성령칠은(聖靈七恩)’이다.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일곱 개의 선물은 인간의 지성과 관련되는 슬기, 통달, 의견, 지식의 열쇠와 인간의 의지와 관계가 깊은 용기, 효경, 경외심의 열쇠가 그것이다.

언젠가 지상의 삶이 끝난 후 통과해야 할 7개의 문 앞에서 자신 있게 꺼내들 열쇠가 무엇일까.

최소한 새해에는 별거 아닌 일에 마음을 뺏겨 ‘나태’에 빠지지 않도록 분별력을 갖는 ‘의견(consilium)’을 선물을 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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