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주 청주대 교수

(정진주 청주대 교수) 늦었지만,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5.4 규모의 포항 강진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 주민들과, 수능연기 때문에 혼란을 겪었던 고3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모든 간접 피해자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3월 건축물의 내진 등에 대한 건축법 및 시행령 기준을 최초로 마련한 이후 6차례의 주요 개정을 거쳤고, 3층 이상, 연면적 500m² 이상 (창고, 축사등 제외), 높이 13m 이상, 처마 높이 9m 이상, 기둥과 기둥 사이의 거리 10m 이상,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지진구역안의 건축물, 국가적 문화유산 등의 건물에 지진으로부터 구조안전을 확보하도록 내진등급 규정을 2015년 9월부터 의무화하고 있다.

지진의 발생원인은 지구의 표면이 20여개의 판으로 덮여있고, 이들 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경계면에서는 마찰로 인한 미끄러짐이나, 갈라지는 등의 변화가 발생해 지진을 유발시킨다는 ‘판구조 이론’으로 설명된다. 그러다보니 과거 지진은 판이 맞닿아 있는 경계부(일본, 동남아, 태평양 제도, 북미, 남미의 해안지역 등이 연결된 불의 고리라 일컬어지는 환태평양조산대 등)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알고 있었으나, 경계부의 자극이 잦다 보면, 판의 내부에도 영향을 미쳐, 지진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것이 판의 내부에 위치해있던 우리나라에도 최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설명된다.

과거 우리나라는 지진에 안전하다고 믿어왔지만, 약 2000년 동안 2000여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는 과거의 기록이 존재한다. 1978년 충남 홍성(규모5.0), 2007년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규모4.8), 2016년 경주(규모5.8), 2017년 포항(규모5.4) 등 규모4.0 이상의 강진도 약 190여회에 이르고, 특히 최근에 강진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같이 지진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축물이 있다. 포항 지진을 떠올리는 대표적인 장면이 되어버린 1층에 기둥만 세워 건물을 지지하는 ‘필로티구조’ 건물이다. 상부층에 벽체가 많은데 비해 1층에 벽체없이 기둥으로 구성될 경우, 지진 발생시 이 층에 손상이 집중되어 변형이 크게 발생하고 붕괴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데, 필로티구조가 위험한 경우가 이 이유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필로티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 필로티(Pilotis)는 프랑스어로 ‘건물을 지지하는 말뚝·기둥’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벽체를 최소화하고 기둥을 강조한 구조로 제안한 건축양식이다. 필로티구조는 1900년대 초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 폐허가 된 유럽의 벽돌이나 석조 조적식의 건물을 신속히 재건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 단시간에 생산 가능하며, 재료소비를 줄일 수 있는 보다 실용적인 구조 체계로 부합되면서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가는 데, 사실 유럽의 기후적, 지리적 배경에서 더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과거 유럽 석조 건물의 저층부에 습기가 많이 차는 단점에 필로티구조는 효과적인 해결책이었고, 경사지에 건물을 지을 때, 옹벽을 쌓지 않고, 대지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친환경적 기법으로 인식되면서, 심지어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필로티구조의 건물도 속속 등장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도 대개 원룸이라 불리는 다가구나 다세대주택 등이 1층을 주차장이나 상가로 활용하고 필로티구조를 적용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포항 지진 이후 필로티구조는 지진에 매우 취약한 건물이라고 지목되었고, 건설·부동산 시장에서는 앞으로 일반인들이 필로티구조의 건물을 찾지 않아 수요가 급격히 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필로티구조의 설계와 배근, 시공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지진에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기둥의 피복두께를 지키지 않거나 철근의 개수와 배근간격을 무시한 부실하게 시공된 기둥과 주차장공간을 최대로 확보하려고 계단실을 한 쪽에 치우치게 해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설계로 인한 변칙 필로티가 더 크게 피해를 받았다.

그러니 필로티구조 건물에 살고있는 많은 국민들은 불안에 떨며, 보강방법이 없을지 걱정이 가득하다. 이러한 필로티구조 건물을 내진보강하려면 1층의 개구부를 채워 넣거나 또는 1층부터 지붕층까지 연속되는 벽체를 설치하거나 또는 기존 기둥 부재 주변에 철근을 배치하고 콘크리트를 증설 보강해, 강도 증진 및 변형을 억제하는 방식 등으로 가능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총 공사비 증가가 크게 우려되지만, 내진설계 의무규정을 층수와 상관없이 모든 건축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내진설계와 대처방안들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국민들은 모두 불안해한다. 국가는 지진발생시에 대비하는 신속하고 현명한 대처방안 등을 연구해 피해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한다. 결국 “내진설계의 목적은 건물 붕괴를 막아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는 것”이라는 내진설계에 대한 인식이 전 사회적으로 공감되어야 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철저히 뒷받침해 부실설계와 시공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 정도의 기본도 준비하고 함께 지켜가지 못하다면, RH 규모 5.4보다도 더 약한 지진에도 우리는 앞으로도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것을 2000년 동안 2000건의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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