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 청주우편집중국장

엊그제 시작한 거 같은데 어느새 4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기간이 네 바퀴 돌았습니다. 지난 시간 돌이켜보면 짧고도 긴 여행이었습니다.

초임지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충남북 곳곳에서의 추억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평소 인연을 중요시하기에 지금도 지나온 근무지 동료 직원은 물론 주민들 많은 사람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초년시절 우체국 교환실에서 흘러나오는 교환원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추운 겨울날 우편집배원분들이 손비비며 자전거로 편지 배달하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연말연시엔 전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새벽에 출근하여 밤늦게까지 성탄카드 및 연하장 구분 작업하던 장면은 이젠 볼 수 없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충주댐 건설로 단양주민들이 이주하던 모습과 수몰되는 역사적 현장에서 지켜보며 그들의 입장에서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하는 슬픔을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체국은 국가물류의 중심으로서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국민 편익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편집배원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이들 하나하나가 이동 우체국입니다. 이들이 하루라도 멈추면 나라 경제가 순탄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단지 우편물만 배달하는 게 아니고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독거 노인 분들의 말벗이 돼주고 시장 보는 일 등 멀리 있는 자식들의 심부름을 대신하여 주는 사랑의 전령사입니다.

우체국이 매년 공공부문 서비스 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것은 우편집배원들의 공로로서 그들이 우편의 사명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체국은 서비스 기관이다 보니 40년 생활하는 동안 과정은 힘들고 애환도 많았지만 남에게 원망받는일 없고 보람 있는 생활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의 아쉬움은 우체국의 운영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체국은 특별회계로서 국민의 세금이 아닌 우편이나 금융 등 자체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해나가고 있는데 이제는 우편물 감소로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산간오지 주민들에게도 똑같이 우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일반회계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지나온 10여 년 동안 우체국과 근무지의 특산물이나 관광 명소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언론에 칼럼 및 기고한 내용을 간추려 ‘우체국 내인생’ 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제가 지나온 공직생활 40년의 발자취로서 그동안 땀과 눈물이 어우러진 요약 집으로 무엇보다 보람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주변정세는 항시 풍전등화와 같습니다.

정쟁(政爭)에서 벗어나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자손대대로 슬기롭게 번영해 나갈 수 있습니다.

88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 시절처럼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힘이 솟아나는 대한민국의 비상을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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