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중원대교수

 

(이상주 중원대교수) 사랑엔 정답이 없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에게 오게 하면 그게 정답이다. 따라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사랑의 도술을 부릴 줄도 알아야한다.
   세상사 늘 양면성이 많다. 혀를 놀려 쉽게 할 수 있는 말도 그렇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 ‘말 잘못해서 패가망신한다.’ ‘말이 씨가 된다.’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구시소화문(口是召禍門)’ 즉 ‘혀는 자신을 몸을 베는 칼이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말도 해도 그것을 듣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해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에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가 수록돼있다. 이를 두 가지 비유적 의미로 푼다. 첫째, 약속은 죽더라도 지켜야한다. 둘째, 변통성이 없이 미련하다. 세상만사는 현실에 딱 맞게 합리적으로 융통성 있게 대처해야한다.
  같은 흙이라도 온도와 첨가물에 따라 토기도 만들고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같은 밀가루라도 조리방법과 양념에 따라 수제비도 만들고 국수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잘 변화시키는 선변(善變)과 조화가 필요하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성을 자기 여인으로 만들려면  나름대로 적절한 방법을 운용해야한다. 때로 고도의 심리학을 운용해야 한다. 이에 적절한 고사를 소개한다.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이라는 문구가 있다. 즉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 주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단장한다.’ 얼굴을 단장할 정도라면 이미 마음이 가 있다는 말이다. 마음만 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는 억측일 수도 있지만 상상이 가능하다.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알고 응용하라는 것이다. 상대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라는 것이다. 아부하라는 것을 절대 아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방법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한비자(韓非子)』 「오두편(五?篇)」에 ‘수주대토(守株待兎)’가 수록돼있다. 즉 ‘나무 그루터기를 지켜보며 토끼가 부딪혀 죽기를 기다린다.’ 송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밭을 가는데 토끼가 달려가다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를 들이받고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걸 본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 죽을 줄 알고 그루터기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토끼는 다시 오지 않았다. 결국 온 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농부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 필연적으로 반복될 줄 알고 어리석고 미련하게 행동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고사의 교훈이다. 좀 엉뚱하다하겠지만 필자는 이 고사를 연애성공론에 선용(善用)해보고자 한다. 즉 우연처럼 느끼지만 우연이 아니고 필연적 인연으로 느끼게 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에게 오게 해 보라는 것이다. 사랑의 연금술을 발휘해보자는 것이다.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에 특정한 사람을 10번 가까이 만나게 되면, 대개 사람들은 뭔가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우연히 만나게 된 것으로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자신은 고의적으로 꾸며서 행동했는데 상대는 처음엔 우연으로 느낀다.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무언가 필연의 인연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여인은 스스로 자기 최면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화장한 얼굴을 가까이서 보게 해준다. 유행가 가사에도 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서로의 바램이었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속담에도 있다. 눈이 먼다. 눈에 뭐가 씌였다. 눈빛을 보면 안다.
  우연을 가장해 필연을 조작한 사랑의 도술은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런 방법을 운용해가면서까지 자기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남자라면, 여성들도 그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둘째, 그 정도의 변통성을 구비한 남자라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능력이 있어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연이 따로 있나. 무연(無緣)도 만들면 필연(必緣)이 된다. 그러나 만들어질 인연이 있어야 인연도 만들어 진다. 새해 무술년, 인생사 무연(無緣)을 필연의 호연(好緣)으로 만들어 호혜상생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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