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늦었지만 다행이다.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새해 첫날, 충북도 도민소통 특보에 내정된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이 그 자리를 사임한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일 임명장을 받고 업무에 들어갔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연휴기간 고민 끝에 사임을 택한 것이다.

지난 3일간의 연말연시 연휴기간은 임명권자인 이시종 충북지사가 임명을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송 내정자가 자진 사퇴할 것인지의 최대 분수령이었다.

이 지사 입장에서도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중대 사안이었다. 임기 6개월의 소통특보를 내정해 놓고도 새해 첫 출근하는 날, 임명장을 주지 못한다면 리더십에 상처만 남길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송 내정자가 임명장을 받아야 하는 2일, 전날(1일) 자진 사임하는 형식으로 물러나 그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어찌됐든 그의 사임은 지방선거를 앞둔 이 지사에게 큰 짐을 덜어 준 셈이다. 충북도는 내정을 철회하면서 소통특보 제도를 신설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 충북에 소통특보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민선7기 들어서도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송 내정자도 뜻을 접긴 했지만 그 자리에 적임자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 생채기만 얼룩졌다. 만약 송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고 버텼고, 이 지사가 임명을 강행했다면 파문은 수습불능 상태로 빠져들 게 뻔했다.

소통특보 내정 발표후 철회까지 24일간은 냉·온탕을 오가는 숨죽인 시간이었다.

이 지사는 논란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자 SNS를 통해 도민 소통 특보 인선 당위성을 강조하며 임명 강행의사를 밝혔다.

송 내정자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역할이 시민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다며 내정 철회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혹시나 자진사퇴 의사를 선언하지는 않을까 하는 충북도 안팎의 기대를 저버렸다.

여기에 충북경실련이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 인사에 대한 모욕을 중단하고 소통특보 임명여부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논란에 가세하자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결로 비화됐다.

시민단체의 지원사격에도 여론이 여전히 냉랭하자 송 내정자는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그는 사임의 변으로 소통특보 내정이 선거용 코드인사 논란으로 비화돼 오히려 도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지역사회 갈등과 정쟁의 불씨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적영역에서 도민 참여 확대와 협치 충북 실현에 기여해 보고자 도민 소통업무를 하려 했던 뜻을 접고 충북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민간영역에서 찾아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소통특보를 신설하겠다는 뜻은 겉으로는 좋아 보였다. 소통하겠다는 데 이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이 지사 말대로 중앙부처를 상대로 논리를 펴고 여의치 않다면 투쟁도 벌여 지역 현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민관협치(거버넌스)의 상징인 소통특보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통 방법이 불통이어서 사방에서 벽에 부딪쳤다. 이 지사는 소통특보는 민관협치의 상징이라고 했고 현대행정은 민관협치 시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인 충북도의회 한국당의 조직적인 반발은 물론이고 충북도내 공무원 사회에서의 공심(公心)이반은 심각할 정도가 됐다.

이 지사의 부인대로 선거용이 아닐지라도(그렇게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민선6기 임기 말 이 지사 이미지엔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도민들의 임계점에 다다른 반발과 실망, 심지어 시민사회단체 일부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해 들어 소통특보 논란은 일단 마무리됐다. 남은 과제는 소통특보 논란으로 얼룩진 이 지사와 송 센터장의 신뢰 회복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 지사의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행정국장을 내세워 유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이 사태를 봉합하려 하는 것에 납득할 도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괜한 지역갈등을 초래한 행위까지 묻혀 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송 센터장도 다시 민간영역으로 돌아가 지역을 위해 활동하는 것으로 선명한 시민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불통으로 각인된 자신의 이미지를 벗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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