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정부는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 제안으로 발빠르게 응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남북대화를 신속히 복원하고 북한 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후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통일부와 문화관광체육부에 지시했다. 이어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 제안까지 나왔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고위급 당국회담’ 제안 23시간 만에 첫 반응을 내놓았다. 대남기구인 조평통 리선권 위원장은 3일 오후 1시 20분께 조선중앙 TV에 나와 ‘김 위원장 지시’라며 판문점 연락채널 개통 의사를 밝혔고, 3시 30분에는 실제 통화까지 이뤄졌다.

이처럼 남북이 관계복원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양쪽 모두 ‘최고 지도자의 의중’이 길려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냉각돼 있던 남북관계가 해빙기로 전환될수 있다는 기대감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 흥행에 지나치게 함몰된 나머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숨겨진 북한의 의도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략적으로 치밀하고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진정성 있는 화답을 촉구한 만큼 지나치게 북한을 의심하지 말고 전향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주장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을 남북대화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활용해 스포츠 부문에 집중하는 대북 특사파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 무력 완성’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다 핵미사일 대량생산과 실전배치 등 핵무장을 더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북한의 이번 제안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탈피와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가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남북 접촉과 대화가 재개되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핵 문제의 돌파구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 의사를 밝혔으니 진의를 확인하고 참가를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 논의를 계기로 남북 화해와 원만한 교류 분위기를 조성해 해빙무드로 가는 것 또한 우리가 추진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북한의 평창올림픽참가 의사표시를 이끌어 낸 것은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국제적 공조를 통한 압박과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 온데 기인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평창 동계올림픽이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 폐지나 대북 제재 해제, 대북지원 재개 등 뒷거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이다. 정부가 자칫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만 매달려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한다면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의 공조체제에 빈틈이 생기지는 않는지 전략적으로 치밀하고도 신중한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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