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신기원 논설위원 / 신성대 교수)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러 갔다가 오면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 리더십에 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사회단체장을 맡더라도 주변여건이 잘 갖춰졌을 때 하면 빛도 나고 하는 사업도 성과가 좋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 일도 어렵게 하고 평가도 낮다고 하였다. 즉 자리에 욕심을 내더라도 능력을 갖추고 경제력도 있을 때 맡으면 같이 일을 하려는 사람들도 따르고 추진하려는 사업도 잘 풀려서 일을 잘한다는 평을 듣는데 능력도 부족하고 경제력도 뒷받침되지 않는데 무리를 해서 자리를 맡다보면 노력은 노력대로 하지만 죽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리더십과 관련하여 자질론과 상황론이 있다. 리더에게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독특한 자질이 있다는 것이 자질론이고 상황 또는 여건이 리더를 만든다는 것이 상황론이다. 다 일가견이 있는 주장이다.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들을 보면 일반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남다른 특징이 있다.

그렇다고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다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여 지도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친한 관계였지만 행태가 대조적이었던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노무현과 문재인의 경우 모두 다 대통령이 되었지만 근원은 다르다. 그것은 자질론과 상황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필자는 노태우나 문재인은 전두환과 노무현이 대통령을 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 그 반대는 성립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와 관련해서 모자론이 있다. 지도자로서 품격도 갖추고 능력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면 자기에게 맞는 모자를 쓴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능력도 딸리고 인격도 갖추지 못했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너무 큰 모자를 써서 우스운 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때로 크기는 맞는데 색깔이나 모양이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도 있다.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갖추고 있는데 분야가 적합하지 않다보니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이다. 임명직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부적합한 인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것은 대개 실력이나 선거 또는 세습을 통해서이다.

먼저 실력을 통해 지도자가 된 사람은 능력도 있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그 자리에 오른다. 사회 일반에 이런 풍토가 만연되어 있으면 그 사회는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실력을 통해 지도자가 되는 경우 보다 복잡하다. 선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정당이나 바람이 통하는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돈, 동정심, 실력, 진정성 등이 작용하여 당선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력이나 선거의 경우 지도자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나 수단을 거쳤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객관성과 타당성을 인정받는다.

문제는 세습을 통해서 지도자가 되는 경우이다. 세습은 오로지 1세대의 판단과 결심이 작용할 뿐이다. 이 때 작용하는 것은 실력이나 자격 또는 인품이 아니라 단지 핏줄이냐 아니냐의 여부이다. 우리나라 사기업의 경우 2세나 3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고 덥석 경영권을 세습하다보니 리더십도 부족하고 구성원과의 소통도 막혀서 조직이 경색되는 것은 물론 사회와의 네트워크형성에도 실패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2세나 3세들을 경영일선에 투입하면서 중간관리자 직책을 주고 일정기간 트레이닝을 시키는 이유가 조직의 원리를 파악하고 구성원들의 의중을 살펴보라는 것에도 있겠지만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불거져 나온 재벌가 자식들의 부끄러운 행태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을 텐데 공연히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동안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여 세습을 통한 지도자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후손들이 한국에서는 창업자후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세습의 장점이 확산되지 않으면 향후 심각한 비판과 도전이 이들에게 닥칠 것이다.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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