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09-23 07:21 (일)
동양 에세이-어깨동무 내 친구
동양 에세이-어깨동무 내 친구
  • 김영기
  • 승인 2018.01.04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기 충북도 교육과학연구원장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초등학생 K는 만날 때마다 내 허리를 끌어안고, 같이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스스럼없는 친구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습의욕이 없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K학생의 부모님은 이혼하였고, 멀리 떨어져있는 엄마가 가끔 인터넷 주문을 통해 보내주는 피자를 먹으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년이다. 엄마 생각을 하며 피자 케이스 종이상자를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다, 이렇게 만들면 더 쉽고 편리하지 않을까? 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전국대회에 발명품을 출품하게 된 소년이다.

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충북도대회를 통과한 우수 작품을 전국대회 준비를 위해 출품자들을 위한 컨설턴트로 외부에서 대학교수님들을 초대 해 지도를 한다. 작품 하나하나 담당 교육연구사를 지정하고, 한 주에 2회씩 작품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컨설팅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매 주 열심히 참여하는 K가 기특해서 등 두드려주며 “잘 하는구나.” 칭찬 해주고 어깨동무를 해주곤 하였다.

소년은 연구원에 올 때마다 내게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랑을 표현했고, 내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스스럼이 없는 사이가 되었다. 소년이 컨설팅을 받으러 올 때마다 “어깨동무 내 친구 어디 갔어?, 어깨동무 내 친구 작품 잘 진행되고 있나? 하며 K와 나는 서로를 찾곤 하였다.

컨설팅 수업에 참여하면서 주변 친구들, 교육연구사들과 가까워지더니, 자신의 발명품이 지닌 장점에 대해 다른 친구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너무나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설명을 잘 했다. 또한 컨설팅 과정 중 발명품이 지닌 단점이라고 지적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스스로 고쳐나갔다. 컨설턴트들도 학생의 발표력을 칭찬하고 발명 작품이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격려하셨다. 교수님들의 질문과 응답에도 막힘없이 술술 답변할 정도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모습과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소년의 생기 넘치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K는 점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느 날부터 K의 학교 수업 태도가 바뀌게 되었다. 국어 수업시간에 “누가 발표해볼 사람?”하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상황에서, 그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요!” 그리고 옆 친구들을 돌아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분명하고 똑 부러지는 어조로 “나, 발표 잘해!” 하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K와 함께 컨설팅을 받으러 온, 학생의 지도교사는 “이러한 대회야말로 학생들의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학생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대회”라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우리 원 식구들은 그때의 뿌듯함이야말로 교육에 봉사하는 보람과 활력소가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 후 K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발명품을 전국대회에 출품하였고 학생발명품전국대회에서 수상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원 모든 교육연구사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내 일 같이 기뻐하였다.

과학전람회 준비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휴일까지도 연구원에서 보내는 교육연구사들 앞으로 정성껏 쓴 한 통의 손 편지가 배달되었다.

“안녕하세요? 저 K이에요. 제가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는 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지만, 컨설팅 때 ‘어떤 것으로 어떻게 만들면 좋겠다’라는 방향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지도해 주신 연구사님들께 깊이 감사드려요. 제게 용기를 주셔서 자신감이 생겼고, 신경 많이 써주셔서 전국대회에서 상까지 받았어요. 연구사님들 덕분에 잘 할 수 있었어요. 같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 제가 있기까지는 칭찬과 격려, 용기, 자신감이었어요. 언제나 자신감을 주시고 저를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께서 ’축하한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어 앞으로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곁에서 도움을 준 손길을 잊지 않고, 그렇게 착하게 예의를 갖춘 편지를 보낸 K가 우리 충북 학생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어깨동무 내 친구 너도 그렇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