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황내과의원 원장 황평주

(동양일보) 집회 장소는 서울 플라자 호텔 앞 도로 위였다. 대략 왕복 10차선 쯤 돼 보이는 도로의 반쪽이 의사와 그 관계자들로 북적거렸다. 뒤를 돌아보니 멀리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보였다.
광화문 광장에는 처음 가봤다. 이순신 장군 동상 뒤로 세종대왕 동상이 광화문 앞에 있다는 것은 나중에 시위대를 따라 행진을 하면서 보고 알았다. 집회 장소 주위에는 간이 화장실이 몇 개 있었는데 들어가보니 남자 소변기가 네개나 되었고 깨끗이 관리돼 있었다. 아마도 잦은 집회 때문에 시에서 설치하고 관리도 해 주는 것 같았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방한을 철저히 하라는 집행부의 반복된 지시사항에 따라 두터운 겨울 외투를 입은 덕에 별 추운 줄 몰랐다. 일기예보에는 경기 북부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했으나, 집회장소는 대설 주의보 지역이 아닌듯 집회 동안 잠깐 비가 오다 말았다.
좀 지난, 유명했었던 그룹 사운드가 먼저 노래를 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전에 히트했었던 자기들 노래는 하지 않고 집회에 어울릴 만한 노래를 했다. 집회 순서에 따라 애국가를 부를 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비상대책위 위원장의 인사말은 우리의 처한 현실이 매우 안좋아져 있으니,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했다. 의협회장도 인사말을 했는데 좀 정치색이 있는 말들이 있고 좀 고루한 내용이었다. 비대위 투쟁 위원장은 목쉰 소리로 절규하듯 연설을 했는데, 우리의 자유, 생존 등을 말하면서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 의사회장은 여자 분인데, 섬세하고 직설적으로 연설하였으며, 말에 힘이 있었다.
약 3시간 동안의 집행부 프로그램 후, 광화문으로 해서 청와대 쪽으로 한시간 반 가량 현수막, 피켓, 어깨띠를 두르고 도로 한쪽 편을 따라 걸으며 시위를 했다.
20대 초중반의 새파란 경찰관들이 차량과 시위대 사이에 줄을 지어서서 그 흐름을 감시, 감독하고 있었다. 앞서 가면서 구호를 외치는 집행부 통솔자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 댔고, 따라가는 시위대 무리들 속에서는 힘없는 가는 소리가 복창돼 흘러 나왔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12시 30분쯤 도착하였고, 마땅히 점심식사를 할 곳이 없어서 차안에서 도의사회에서 준비해준 샌드위치, 바나나, 귤 등을 먹었다. 집회 중간에 집회 주위에서 파는 어묵탕을 먹었지만, 오후 8시 쯤 집에 오니 무척 배가 고팠다.
의사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낮은 수가와 심평원의 삭감 또 정부의 심해지는 규제 등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지고 있다.
어려워 질수록 더 잘 뭉치게 돼있다. 이번 집회에 전국에서 약 3만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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