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해(年)가 바뀌었다. 단기 4350(서기2017년)년 닭띠(정유:丁酉) 해가 가고 4351(서기2018)년 황금 개띠(무술:戊戌) 해가 되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어둠의 긴 골짜기와 신음의 깊은 늪을 지나 신천지를 맞았다. 회오리바람의 모습으로 광풍의 역사를 거치노라 심신은 탈진상태가 되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새 일기장을 펼쳤다. 꿈과 희망을 싣고 미래를 향해 시동(엔진)을 걸었다. 새해에는 일기장에 지난해와 같은 비인간적, 탈선적 이야기는 한 줄도 쓰지 않고 ‘사람다움(인격:人格)’의 미담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기를 기원하였다.

‘사람다움’이란 인간은 바른 정신세계와 자세를 가져야 함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인간은 올바른‘ 의식문화’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식문화란 인간이 깨어 있을 때의 공유하는 마음의 작용이나 상태를 가리킨다. 의식문화로는 긍정적인 것, 선한 것, 바람직한 것 등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것, 나쁜 것, 못된 것 등이 있게 마련이다. 이전(?田:진창) 속에서 허덕였던 한 해를 보내면서(送年), 우리 모두 제야(除夜)의 종을 힘차게 쳤다. 그 종소리 속에 후자의 의식문화를 모두 날려 보낸다고 마음속으로 결심하였다. 부정적인 것, 나쁜 것, 못된 것 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멀리 멀리 날려 보낸다고 굳게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새해를 맞아 그 약속을 빈틈없이 지킬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하였다.

이 사회에는 배척하여야 할 의식문화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것들 중에서도 표리부동(表裏不同), 배타성(排他性), 모호성(模糊性), 부정직성(不正直性) 등은 우선적으로 퇴치시켜야 한다.

첫째,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 앞에서는 순종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갖는 양봉음위(陽奉陰違) 등의 행동을 배척하여야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언행불일치나 본질보다는 기교로 일관하는 기만성 등을 옷의 먼지를 털 듯 날려버려야 한다.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청정성 여부에 따라 아래 물이 청탁으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듯이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공직자, 사회지도층 인사들부터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둘째, 인간들의 정신세계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배타성의 의식을 제거하여야 한다. 사회구성원들과 대화를 하거나 의견교환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의견이나 생각을 곧잘 거부 및 배척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옳고 바른 것, 친소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배척의 벽을 쌓고 보는 습성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진지하게 검토하고 숙고해 보는 성의나 배려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타의 견해나 뜻을 제삼자적 입장에서 조명해 보는 성숙한 시민의식 및 인격 조성이 필요하다.

셋째, 모호성의 의식문화를 추방하여야 한다. 이 사회에는 두루 뭉실, 비합리성, 주먹구구식, 이현령비현령 등의 모호성의 의식문화가 만연되어 있다. 공사(公私) 무분별, 공(公)의식 결여의 행태도 횡행한다. 모호성과 반대되는 분명성이나 합리성 등을 주장하거나 모호성의 의식문화에 반기를 들면 ‘모난 사람’, ‘불편한 사람’ 등으로 분류되어 사회관계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기 쉽다. 이로 인하여 사회는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태로 변질 되게 된다.

넷째, 부정직성의 의식문화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자신의 이익이나 편안 등을 위하여 타와의 대화나 교류 및 거래 등에서 참과 거짓을 바꾸어 놓는 부정직 행위는 비인격적 행위이다. 이는 사회를 암흑의 장막으로 둘러싸이게 하는 것임은 물론 종국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는 암초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인격을 갖춘 존엄한 존재라는 점에서 정직하고 진실하여야 한다. ‘평생을 행복하려거든 정직하여야 한다’고 영국은 속담을 통하여 말하고 있지 않은가.

올 해는 표리부동, 배타성, 모호성, 부정직성 등의 어둠의 의식문화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고귀한 인간으로서의 자리 및 청건(淸健:맑고 건전) 사회를 건설하여야 한다. 아무리 역사가 오래되고 자원이 많으며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나 사회라 하더라도 국가와 국민 간, 사회와 구성원 간, 인간과 인간 간에 표리가 부동하고 배타적이며 진정성이 없고 부정직하다면 그 국가와 사회들은 생명을 잃은 죽음의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 해를 맞으면서 우리 모두 사람다움의 자리를 약속하는 것이다. 비인격적인 의식문화를 철저하게 배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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