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혼란 재연’ 우려 주민들 “지역 이미지 악화”
또 중도낙마?… 지역 ‘술렁’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아

심각한 표정의 나용찬 군수 8일 오후 2시 5분 나용찬 괴산군수가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은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고 침통한 표정으로 법정문을 나서고 있다.

(괴산=동양일보 김진식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나용찬(64) 충북 괴산군수가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직위상실 위기에 놓였다.

대전고법 형사8부(전지원 부장판사)는 8일 나 군수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나 군수는 2016년 12월14일 견학을 떠나는 A단체 여성국장 B씨에게 “커피 값에 쓰라”며 찬조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준 혐의(기부행위 제한)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돈은 빌려줬다가 되돌려 받았을 뿐 찬조금은 아니다”라며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각수 전 군수가 실형을 선고받아 직위를 잃어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나 군수까지 불과 9개월만에 중도 낙마 처지에 놓이면서 괴산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이날 오후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던 괴산군 간부 공무원들은 나 군수의 항소가 기각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항소심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감형을 기대했던 공무원들은 나 군수가 직위 상실 위기에 처하면서 군정 장악력이 느슨해지고, 지방선거가 조기 과열될 것을 우려했다.

임 전 군수에 이어 후임자인 나 군수마저 불명예 퇴진 위기에 몰리면서 주민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더욱 크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이끌어야 할 군수들이 오히려 지역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공무원들도 나 군수의 재판 결과가 군정에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

군청의 한 공무원은 “전임 군수에 이어 나 군수까지 불명예 중도 퇴진할 가능성이 커져 안타깝다”며 “민선 6기 내내 군수 비위 논란으로 군정이 시끄러워 군민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한 간부 공무원은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으니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각자 맡은 일을 묵묵히 하자고 다독였다”며 “조직이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애써 담담해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나 군수위 항소심 선고 결과로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군수 선거가 또다시 혼탁 속에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주민은 “지난 보선 때 후보들이 서로 비방해 감정의 골이 깊었는데 오는 지방선거에서 이런 갈등이 재연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나 군수는 마지막 대법원 판단에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처지가 됐다.

혐의를 부인하는 나 군수의 대법원 상고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대법원 선고는 지방선거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제280조는 선거 재판을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나 군수가 재선을 노리는 유력주자인 만큼 법원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 지방자치단체장은 직위를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을 잃어 다른 선거에도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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