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심정지 이틀 후 검사 강행에 방사선사 과실도”
“병원 사과도 없어 분통”…경찰, 국과수에 부검 의뢰
병원 측 “필요한 검사…경찰 조사 최대한 협조할 것”

▲ 충북지역의 한 종합병원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던 60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유족들은 병원 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질환 치료를 위해 충북지역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던 60대가 지난달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유가족은 병원 측이 별다른 사과 없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분노하고 있다.

9일 유가족과 병원 등에 따르면 A(67)씨는 지난해 12월 22일 도내 한 종합병원에서 중심정맥관 시술을 받다가 갑작스런 심정지를 일으켜 응급처치를 받았다. 폐에도 이상이 생겨 급히 기관절제술을 받았다. 폐에 호스를 연결해 일종의 ‘숨구멍’을 내는 시술이었다. 이후 자가 호흡이 어려워진 A씨는 인공호흡기를 호흡기관 내에 삽관했다.

A씨의 딸 B씨는 “당시만 해도 아버지와 눈도 마주치고, 간단한 의사표현도 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응급처치 이틀 뒤 MRI·CT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알렸다. B씨는 “이틀 전 심정지가 온 아버지에게 무리한 검사 일정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의료진 의견에 따라 검사를 받기로 했다”고 했다.

문제는 뜻밖의 곳에서 터졌다.

지난달 24일 수동식 인공호흡기를 달고 이 병원 CT실로 옮겨진 A씨는 CT 기기 위에서 갑작스런 발작을 일으켰다. 급히 심폐소생술이 시행됐지만 A씨는 결국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

A씨의 갑작스런 사망에 대해 유족들은 당시 A씨의 폐에 이어진 ‘숨구멍’ 호스를 이 병원 CT 방사선사가 꺾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당시 CT 방사선사가 숨구멍 호스를 꺾어 접어놓고 큰 주사기로 씌어 놓은 것이 발견됐다”며 “CT를 주도한 의사도 ‘누가 이랬냐’고 하는 등 다그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그 의사가 경찰관과 얘기할 때도 ‘그 부분(방사선사의 과실)은 우리가 잘못한 거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병원 측의 의료과실이 명백한 만큼 진심어린 사과와 가족에 대한 위로가 필요했지만 사과는커녕 별다른 설명과 해명이 없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유족들은 즉시 A씨의 사망원인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병원 측은 유족들의 신고로 경찰이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환자분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소견이어서 검사가 꼭 필요했다”며 “끝내 사망한 결과에 대해서는 유감스럽지만, 치료 과정에서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병사’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 당시 담당교수 등의 설명이 있었지만, 유족들이 의료사고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면담 요청 등이 있다면 충실한 설명이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분이 돌아가시자마자 경찰 신고가 이뤄져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데 (사망 당시 조치 등에 대한) 당시 상황설명 등 적극적인 표현이 유족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병원 측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방사선사와 주고받은 대화내용이나 당시 A씨에 대한 의료적 소견 등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 최대한 경찰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경찰조사결과가 나오는 데로 유족에게 사인에 대한 설명 등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맡은 청주청원경찰서는 현재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부검을 의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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