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 가면 입원할 수 있다" 소문 탓?…자보 한방의료기관 진료비 증가세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경미한 교통사고임에도 많이 다친 것처럼 속이고 병원에 입원, 보험금을 타내는 일명 ‘나이롱 환자’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험 사기로 인해 부당 지급된 보험료로 인한 손실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져 다른 보험 계약자들의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싼타페 승용차가 3m 아래 도랑으로 굴러떨어져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A(여·61)씨는 최근 B(여·60)·C(여·61)씨 등 직장동료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청주시 청원구의 한 도로에서 자동차 추돌사고를 당했다. 곧 119 구급대가 이들을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서 CT 촬영 등을 했지만 눈에 띄는 상처와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의료진은 이들 3명에게 근육이완제만 주사하고 귀가조치 했다. B씨는 추가로 CT촬영을 요구하며 병원에 남았지만 역시 이상이 없어 근육통약을 처방받은 후 귀가했다. 다음날 C씨가 출근하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던 A씨는 C씨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방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였다.

A씨는 “C씨에게 어떻게 입원할 수 있었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한방병원에 가면 다 입원시켜 준다고 했다”며 “나에게도 아프면 이 병원에 와서 입원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C씨의 입원사실을 알게 된 B씨도 같은 병원에 입원, 열흘간 병실에 있다 얼마 전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다른 병원에서는 다 입원이 안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한방병원만 입원이 가능했는지 의문”이라며 “주변에 교통사고 후 병원에 입원하고 싶으면 ‘○○한방병원’을 찾아가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 했다.

병원 등은 X-ray·CT 촬영 등 진료와 관련해 증빙자료가 남지만 한방의 경우 진맥 등을 주로 해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머리가 아프다’는 등 통증을 주장하며 많이 다친 것처럼 속여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방 병원 관계자는 “입원여부는 담당의사의 진찰 소견에 따라 달라지고 ‘무조건 입원시켜 준다’는 말은 잘못된 소문”이라며 “한의와 양의에서 오는 차이와 의사마다 소견이 다르기 때문에 입원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나이롱 환자’들을 끌어들여 보험사기를 저지른 광주 지역 한방병원을 무더기 적발한 것도 ‘교통사고 후 한방병원에 가면 입원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금감원은 최근 보건당국이 허가한 병상을 초과해 환자를 유치하고, 이들이 보험금을 타내도록 방조한 한방병원 19곳을 적발했다.

광주·전남·전북에 사는 환자들은 한방병원을 드나들면서 보험금 37억여원을 받았다. 환자들이 호소한 증세는 대부분 염좌, 긴장, 복통, 미끄러짐 등이었으며 사실상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질환인데도 병원 서류에는 평균 6.9일 입원한 것으로 돼 있었다.

이 같은 소문 때문인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입원을 위해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보험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한 진료비 중 한방의료기관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자동차보험에서 한방병원에 지급한 진료비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46%가량 증가했고 한의원은 매해 25%가량 늘었다. 반면 병원 진료비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한방이용 환자 수 증가뿐만 아니라 1인당 한방진료비 증가에서 나온다. 한방병원과 한의원의 환자 수는 각각 연평균 29%, 22% 증가했다. 같은 시기 한방병원의 1인당 진료비는 연평군 13%로 빠르게 증가했고 통원진료비도 18%씩 올랐다.

한방병원의 보험사기 혐의 인지 보고는 2014년 31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7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나이롱환자’가 많아지면 ‘보험 수가’도 증가해 전체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데 있다.

결국 ‘나이롱환자’로 인해 누수 되는 보험액을 다른 계약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나면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는 사회 인식 개선과 ‘나이롱환자’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병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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