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란 원장

최근 진료실에서 “어디가 불편하세요” 하면 "우울증 같아요." 하는 분들이 점차 늘고있다. 나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우울증이라는 병의 증상을 잘 알고, 또 스스로를 진단한 상태로 오는 것 같다.

“불편한 것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하면, “무기력 하고, 이전에 하던 일들도 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것 같아 사람들 만나는 것도 겁이 나서 점차 꺼리게 됩니다. 그래도 혼자 있는것은 무섭기도 하고, 안절부절 하며 안정도 안 되고. 사소한 일에도 다툼이 많아져서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직을 생각 합니다.”라는 답변이다.

혹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잠도 못 자고요, 잔다고 한들 깊이 못 자고 머리는 깨어 있는 상태입니다. 잠을 못 자니 낮에 집중도 어렵고 식욕도 없어요. 잠이라도 좀 자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분들이 "내가 느끼고 있는 이러한 불편감 쯤은 얼마든지 용기 있게 극복해야 하는 사소한 것들인데, 왜 나는 이 모양일까" 하는 자괴감까지 떠안고 더 힘들어 한다.

감기 환자는 콧물을 흘리면서 내가 왜 콧물 흘리는 사람이 되었는지 한심해 하지 않을 것이고, 당뇨병의 경우 초기 증상으로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는 때에도 물을 자주 마시는 자신을 걱정은 해도 비웃지는 않을 것이다. 다리가 골절된 육상 선수가 이전만큼 기록을 못 낸다고 안타까워 할 수는 있지만,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길까?

우울증은 뇌 신경 전달 물질이나 뇌구조의 어떤 부위가 이상 반응을 보여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단지 임상적으로 그 수치를 표시하거나, X-RAY 나 CT, MRI로 확진을 할 수 없고 증상들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보니 마음의 병이나 의지의 병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

마치 고혈압이 혈압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고 당뇨는 당 조걸 능력이 안돼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우울증 역시 단순한 증상들의 집합이다 .

그렇다면 우울증을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울증을 앓는 분들 대부분은 생각이 너무 많아 집중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거의 모든 생각의 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질책과 후회로 이어져 슬픔과 낙심의 감정을 갖게 된다.

다시 그 감정은 또 다른 슬픈 생각을 불러 오게 되고 점차 그 생각들의 굴레에 얽히게 되어서 원기 왕성 하고 즐거웠던 자신의 모습을 잊고 병 증상 자체가 자신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우울증의 증상들을 혼자 해결하려고 자신의 능력을 낭비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아 휠씬 쉽게 그 증상을 넘기는 것을 선택하길 제안 한다.

무력감이나 우울감, 불안감쯤은 혼자서 처리 하는게 마땅하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마치 등산할 때 좋은 등산화를 고르듯이, 한여름 태양 아래서 썬글라스를 사용하여 눈이 편안하게 야외 생활을 하는 방법을 선택 하듯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기로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과 지혜의 일부를 사용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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