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파기, 재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대선 후보 때 내건 재협상 공약을 거두는 꼴이 된 것이다.

새해 기자회견에서 “한·일 두 나라 간에 공식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러나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워딩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얼마나 난망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근원적으로 이 문제를 되짚어 보면,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합의’라는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에 두고두고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 문제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기존 합의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면 ‘왜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냐’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고육책인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합의 파기와 재협상을 가리키고 있는데 ‘현실 외교’에서는 지향점을 따를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댜. 문 대통령은 파기나 재협상의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서 외교적 부담을 더는 대신 일본의 책임에 방점을 찍어 향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그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서 사죄하고 그리고 교훈으로 삼으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나갈 때 할머니들도 피해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정권이 그런 문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를 호락호락 받아들일 만큼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충실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부계와 모계 모두 제국주의적 혈통을 가지고 있는, 그러면서 그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그는 진실과 정의의 경계선과 거리를 크게 두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그는 틈만나면 ‘불가역적’이란 단어를 들먹이며 과거사 반성을 애써 외면해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 관방장관은 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한·일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며 “새로운 조치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책임을 가지고 (국제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당연한 원칙”이라고도 했다. 진실과 정의의 원칙으로 잘못된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완곡한 요구를 단번에 걷어차버린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뻘쭘해질 수밖에 없다.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집회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해법은 투트랙 전략이다. 그 첫째는 국내적인 것으로 국가간 합의는 그것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존중돼야 하지만 그 이면엔 진실과 정의가 담보돼야 한다는 지속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요, 국제적으로는 반인권적인 일제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함으로써 일본에게 견딜 수 없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제는 31명밖에 남지 않은 위안부 생존자들과 유명을 달리한 할머니들의 명예를 ‘10억엔’이란 돈으로 더럽혔던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는 적합한 길이 투트랙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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