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정민영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첫 번째로 주고받는 것이 인사다. 인사는 남을 존중하여 대접하는 기본적 예절이며 남에게 자신의 첫 인상을 심어주는 중요한 행위다. 첫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인사를 받는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인사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경의의 표시다. 또한, 인사하는 사람의 모든 것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므로 어떤 방식으로 인사를 하든 다정스럽고 친근하게 해야 하며 따뜻한 마음과 정중한 태도로 예를 갖추어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나타내야 한다.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 예절의 기본이다.

인사는 서로가 절하는 동작만을 취하게 된다면 매우 어색한 인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알맞은 인사말을 곁들임으로써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사말이란 인사를 나누면서 주고받는 말이다. 다른 사람과 만나고 헤어질 때, 또는 고마움이나 반가움의 감정을 표현할 때는 일상적 인사말이 쓰일 것이고, 축하와 위로처럼 특정한 때에 나누는 인사라면 그 상황에 맞는 인사말을 하게 될 것이다.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으나 시의(時宜)에 적절한 인사말을 제대로 건네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특히 세배를 받으며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들에게 알맞은 인사말을 했는지 되짚어 보게 된다. 세배는 대표적 새해 인사다. 보통은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절하고,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덕담을 건네는 것을 뜻한다. 공손히 절한 후 가만히 웃어른의 덕담을 기다리는 것이 우리의 전통예절이다. 그러므로 세배를 하는 사람보다도 받는 사람이 미리 좋은 내용의 덕담을 준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배할 때 보통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한다. 그러나 이 인사말은 꼭 필요한 말이 아니고 웃어른에 앞서 먼저 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절만 올리는 것이 좋다. 공손히 절만 한 경우, 어른이 덕담을 건네면 ‘과세 안녕하십니까.’ 정도로 말하는 것이 무난하며, 상황에 따라서 상대방의 처지에 맞는 다양한 인사말을 할 수 있다.

세배하기 전 ‘절 받으세요.’나 ‘앉으세요.’와 같은 말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니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다만, 윗사람이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절 받기를 사양할 때처럼, 필요한 경우에는 이러한 인사말을 할 수 있다.

덕담은 상대방이 잘되기를 빌어 주는 말이므로 보통은 ‘새해 복 많이 받게.’, 또는 ‘소원성취하게.’ 정도의 내용이면 무난하다. 때에 따라서는 ‘올해엔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해야지.’, 또는 ‘올해는 좋은 색시 만나서 장가들게.’처럼 상대방이 소원하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서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상대방이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사업이 더욱 크게 번창할 것이라는 내용이 덕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정도가 지나치면 오랜만에 만나 인사하는 상대방에게 덕담이 아니라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기 쉽다. 특히, 취업이나 결혼 등의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강압적으로 다짐받으려는 듯한 태도로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세배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웃어른을 염려한답시고 건강이나 장수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말하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건강 쇠약이나 나이를 먹어 가는 것에 서글픔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인사말을 해야 한다.

말 한 마디는 실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좋은 말 한 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말은 때로 상대방의 가슴속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요즘에는 연말연시가 되면 예전의 연하장 대신 전산망을 통하여 여러 가지의 간편한 문자들을 주고받는다. 그 짧은 말들 중에는 기발하고 참신한 내용으로 삶을 윤택하게 하는 전언(傳言)들도 많다. 이들 역시 말의 힘이다.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해 주는 긍정적인 인사말은 상대방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 그의 삶을 성공으로 이끈다. 나아가 축복의 말이나 덕담을 건네면 상대방은 물론, 말하는 사람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해진다. 새해를 맞이하여 꼭 세배의 인사말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이 기분 좋게 느낄 정도로 나만의 새해 인사말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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