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애타게 기다리다 숨져…
“유리창 깨달라고 하는데…”
희생자 가족들 당시 절규도

(제천=동양일보 장승주 기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현장 희생자의 최후의 육성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1일 유족대책위가 공개한 김모씨의 휴대전화에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4시 7분부터 4시 20분까지 13분 가량 희생자로 추정되는 여성과 경찰관이 통화한 내용이 녹음돼 있었다.

김씨는 화재가 신고된 오후 3시 53분의 10분 뒤인 이날 오후 4시 3분께 6층에 있던 부인과 4분가량 통화를 했다. 이후 정확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 여성과 통화가 이어졌고, 김씨는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에게 전화를 바꿔줬다. 이 여성은 처음 통화에서 “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요. 혼자 있어요”라며 구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현장 희생자의 최후의 육성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사진은 가족을 잃고 오열하는 유족들.

조를 요청했다.

이 여성과 경찰관은 위치를 확인하는 대화를 몇 차례 나눴으나 경찰관이 현장을 통제하면서 통화하느라 대화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여성은 2분 30초부터 1분여 동안 “죽겠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빨리빨리”라며 계속 경찰관을 찾았다.

3분 30초가 지나 “지금 소방에서 저거(구조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임)하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경찰관이 다시 통화했고, 희생자는 “창고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후 희생자와 경찰관의 통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경찰관은 전화기를 끄지 않은 채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부터 희생자는 응답이 없는 전화기를 통해 “죽겠어요. 빨리빨리. 여보세요”라는 말만 계속했다.

여성은 통화 연결 5분 20초께 “여보세요”라고 절규에 가까운 외마디를 내뱉은 뒤에는 계속 거친 숨만 내쉴뿐 말을 하지 못했다.

경찰관이 바닥에 둔 전화기에는 현장에서 가족의 구조를 애타게 요구하는 유족들의 목소리도 그대로 담겼다.

김씨의 아들로 추정되는 남성이 “엄마 어디 있어”라고 절규했다.

김씨는 “창문이 보이는데, 유리창을 못깨 가지구, 엄마가 죽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은 “유리창을 못 깨면 어떡해”라고 울부짖었다.

이런 가운데 화재 현장에 있던 여성의 신음은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숨쉬기도 힘든 듯 ‘으음’ 등의 짧은 숨소리가 이어지다가 13분여 만인 오후 4시 20분께 통화가 끊겼다.

유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 통화 내용을 보면 소방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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