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히니아꽃이 그려진 홍콩 지폐.
참파꽃이 그려진 라오스 화폐.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꽃이 있다. 바로 참파 꽃이다. 학명으로는 플루메이아이라고 불리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참파 꽃으로 알려졌다.

참파 꼿은 라오스의 국화로 라오스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불교의 12가지 사원 의식에 장식되는 유일한 꽃으로 소승 불교권 국가에서 신성시 된다.

참파 꽃은 힌두교 사원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인도에서는 묘지나 사찰 경내에 이 참파 꽃나무를 심고 발리에서는 참파 꽃을 사원 공물로 쓴다. 참파 꽃은 각 나라마다 다르게 쓰는데 이 꽃이 태평양 연안 국가로 넘어가면 방문을 축하하기 위한 꽃목걸이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인근 이슬람 국가에서는 장례식에서 고인을 애도하는데 활용한다.

한 가지 꽃으로 이렇게 문화의 다양성이 표현되는 꽃이 또 있을까 싶다.

아열대의 장미과인 참파 꽃은 은은하면서 매혹적인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향수, 화장품, 입욕제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몽환의 향’이라 불리는 프랑스 프랑지파니 향수가 바로 참파 꽃에서 추출된다.

라오스의 국화인 흰 참파 꽃은 꽃잎의 가장자리는 흰색이고 중심 부분은 연한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불교, 흰색은 선(善)과 정의를 상징한다.

다섯 장의 꽃잎마다 불교의 대표적인 계율인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라오스인들이 참파 꽃을 사랑하듯 홍콩을 비롯한 화교권은 바우히니아 꽃을 사랑한다. 바우히니아 꽃은 홍콩 국화로 국기, 지폐, 동전에 모두 등장한다.

어떤 이유로 국화로 지정되고 화폐에도 등장하는지 상세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우히니아는 홍콩을 대표하는 꽃이다.

NGO시절 홍콩 친구에게 들은 민가에서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한 집안에 형제가 오손도손 의좋게 살았는데 각자 결혼하고 나니 더 이상 한 집에서 같이 살기가 불편해 분가를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두 형제는 고심 끝에 가진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고 각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 재산을 모두 나누고 나서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집안에 한 그루 뿐인 바우히니아 나무였다. 의좋은 두 형제는 이것도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삿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우히니아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두 형제는 그것을 보고 떨어져 살게 된다면 형제간 의리, 우애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이사를 포기하고 한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그 이후 바우히니아는 거짓말처럼 새로운 잎을 내며 싱싱하게 자랐다. 그 이후 바우히니아는 형제 우애를 상장하는 꽃이 됐다고 한다.

이 전설만 보면 아마도 중국과 홍콩이 한 형제임을 강조하기 위해 바우히니아 꽃을 의도적으로 도입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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