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자신들이 만든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예산을 삭감한 데 이어 인권조례 폐지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조례안까지 폐기하려는 것을 두고 의회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기독교단체에서 조례 폐지를 요구해 도의회에 폐지안이 부의된 곳이 있지만, 도의회가 직접 나서 폐지 조례안을 상정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도의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소속 김종필 의원 등 충남도의원 25명은 지난 16일 '충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발의자는 모두 25명으로 자유한국당 23명, 국민의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전체 40명의 과반수를 넘긴 인원이다. 이들은 폐지안 제출이유에 대해 "진정한 인권증진보다 도민들 간 역차별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이견으로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충남도민 상당수가 본 조례폐지 청구 중에 있어 도민의 뜻을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조례를 폐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윤리강령에도 소수자를 보호하도록 돼 있고, 성별·나이·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만큼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는 것이 충남도의 입장이다.

충남도 인권위원회는 17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이 자신들의 당이 제정한 윤리강령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의 극치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인권조례를 스스로 폐기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인권조례는 2012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제정했다. 자유선진당은 그해 말 새누리당과 통합됐다.

도는 인권조례에 동성애를 합법화하거나 조장하는 내용이 없고, 성별·종교·나이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제정된 것인데, 폐지가 추진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도의회의 폐지 주장에 대해 충남도는 유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조례 문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지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결혼 등을 합법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도한 해석이라는 얘기다.

인권기본조례는 도민들의 인권을 체계적으로 보호하려는 제도다. 삶의 존엄을 인정하는 인권은 이 시대에서 다루어야 할 최고의 가치다. 인권은 누가 뭐래도 진정한 인간의 권리이다. 모든 시민이 차별을 받지 않고 자존감을 드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권조례 존치 여부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도민의 인권의식 향상 등을 위해 제정된 인권조례가 정치적인 계산과 정쟁의 대상이 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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