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중부대 교수

(최태호 중부대 교수) 이상의 <오감도>라는 시가 있다. 그 시 제1호를 보면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適當하오.)/제1의 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四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五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六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七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八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九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十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혓소./ (다른사정은업는것이차라리나앗소)/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야도좃소.”라는 시가 있다. 독자들은 이 시를 읽다가 벌써 지쳤을지도 모른다. 무슨 시가 이 모양이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고 의미 없는 글자의 나열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조감도>도 아니고 <오감도>가 무엇인가? 어떤 이는 이상(본명 : 김해경 1910 ~ 1937)이 한자를 잘못 써서 조감도(鳥瞰圖)를 <오감도>라고 표기했다고도 한다. 해석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시가 아니다. 다다이즘이다, 초현실주의다.” 하면서 또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한다. 학자들 간에도 <오감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정신병리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학자도 있고,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했으며, 신화적인 해석법에 따라 분석한 비평가도 있다. 필자는 그저 독자들이 어떻게 이 시를 보고 느꼈는가 하는 것이 궁금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읽다가 지쳐서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숫자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기도 싫고 그럴 여유도 없을 것이다. 요즘 세상이 바쁘니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필자가 겪었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1990년 전후로 기억한다. <시와 시학>이라는 잡지사가 있었다. 편집주간으로 김재홍 교수가 담당하고 있었는데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장이었음)그 사무실에서 농담처럼 주고받으며 이 시에 관해 토론을 했다. 그 중 일부를 기억을 더듬으며 적어보려고 한다. 김재홍 교수님의 의견은 단호했다. <조감도>가 아니고 <오감도>가 맞다는 것이다. 그 당시 현실이 ‘까마귀가 내려다보는 암담한 현실’이기 때문에 일부러 까마귀 오(烏) 자를 썼다고 하셨다. 13인의 아이가 도로를 질주하는 것은 ‘예수가 죽은 날, 즉 13일’을 상징하는 것으로 서양사람들이 불길하게 생각하는 숫자를 일부러 시어로 사용했다고 하였다. 그 해설을 들으면서 <오감도>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막다른 골목 = 꽉 막힌 현실, 무서운 아이 = 일본인, 무서워하는 아이 = 조선인, 무서운 아이는 한 두 명, 무서워하는 아이는 10명, 궁중심리에 무서워 떨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 뚫린 길 = 광복, 해방’ 등으로 해석하면 이 시가 대단히 일제강점기에 저항하는 내용의 시임을 알 수 있다. 그 순간 머리에 섬광처럼 스쳐가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어느 작품이든지 작가의 창작과 독자의 해석에 따라 사뭇 다른 방향으로 뜻풀이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미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이 시를 곰곰이 되새겨 보면 미친놈이 아니라 천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천재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우리는 항상 현실 속에서 버둥거리며 살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의 선수단과 응원단, 중국의 시진핑의 참여 여부 등으로 무수한 해석을 한다. 트럼프와 아베, 그리고 푸틴 등의 힘의 원리를 느끼며 그 중간에서 버거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호재를 갖고도 북한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억지로 모셔(?)오려고 애쓰는 현 상황에 슬퍼하는 사람들도 많다. 훗날 오늘의 현실을 무엇이라고 평가할 것인가, 우리의 현실은 항상 힘들게 살아왔다.

자신 있게 세계를 리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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