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희 세종지역 담당 차장

(신서희 세종지역 담당 차장)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 뒤에는 왜 그렇게 말이 많을까.

지난주 일요일인 14일 오후 4시께 문용욱 세종시교육청 비서실장의 본인상 부고를 전해 들었다. 불과 4일전 서로 마주 앉아 건강하게 식사를 했던 문 비서실장의 돌연사에 대한 부고소식은 한순간 기자를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장례식장은 더 무거웠다. 갑작스럽게 가장을 잃은 충격으로 부인과 외동딸은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더불어 민주당과 세종시교육청에서 온 조문객들의 표정은 더욱 안타깝고 복잡해 보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고인과 함께 했던 동료 및 선후배들은 비통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상주역할을 자처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눈이 퉁퉁 붓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 되었다. 기자에게 내뱉은 최 교육감의 첫마디는 “이게 말이 됩니까”였다. 같은 말을 3번이나 반복했다.

그런데 장례식이 끝난 뒤 고 문 실장과 함께 했던 최 교육감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을 둘러싼 온갖 말들이 무성하다.

고 문 실장이 숨지기 전날 최 교육감과 몇몇 인사들이 술자리를 함께한 것과 이후 최교육감이 부검결과가 나오기 전에 문실장의 사인이 심근경색이라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육감이 비서실장과 식사 할 수 있고 돌연사는 거의 심근경색일 확률이 높은 데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걸까?

세상엔 당연한 죽음은 없다. 갑작스런 죽음은 더욱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젊고 정무역할 등 업무능력이 탁월했던 고 문 실장의 돌연사 역시 너무도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요즘의 상황을 보면서 천만관객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신과 함께’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 따르면 저승 법에는,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대로라면 고 문 실장은 재판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승에서 ‘이러쿵저러쿵’한다면 망자의 명복을 빌어주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마음이 아려온다. 너무도 큰 충격 때문에 판단의 실수가 있어 문 실장의 주변에서 구설수에 오를만한 행동을 했어도 망자를 생각하면서 숙연하게 슬픔을 함께 해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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