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사회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어디를 막론하고 구성원을 포함하여 범사회적인 공공결정이 이루어진다. 정부, 공공기관, 지역사회, 지역조직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각종의 단체 등에서는 자체조직 내외의 이익이나 발전 등을 도모하기 위한 갖가지 활동을 계획하고 집행한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기타의 기관이나 단체 등은 그들 조직의 정체성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정하여 대내외적 활동을 전개한다. 그동안 지역사회(마을)에서는 ‘내 고장 상품 애용하기 운동’, 지역에서는 ‘시?도민 한 마음 운동’,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역사 바로 세우기’, ‘제2 건국 운동’, ‘미래창조’, ‘나라 바로 세우기’ 등 다양하게 펼쳐져 왔다. 이들 사업들은 국민 및 불특정 다수의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념부터 올바르게 정립될 것이 요구된다.

개념이란 어떤 현상이나 대상 및 용어 등에 대하여 공통적이면서 본질적인 요소를 뽑아내어 얻은 보편적인 관념을 말하는 것으로 진리 및 본질이라는 용어와 친하다. 진리는 바른 이치, 논리의 법칙에 맞는 것, 언제나 또는 누구에게나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인식의 내용을 말하고 본질은 어떤 것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이나 요소 등을 뜻한다. 이 중에서도 개념은 본질 적합성이 핵심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공공기관이나 공공조직 및 단체 등이 주체가 되어 펼치는 정책이나 사업 등은 그 개념이 본질에 맞게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개념이 본질에 맞게 정립되지 않은 것은 마치 사람의 성명이 오칭 및 오기됨으로써 다른 사람으로 둔갑되는 것과 같이(정책 및 사업 변질) 사업의 내용과 정체성 등이 모호해지고 종국적으로는 예산과 행정력 및 정력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앞에 예시한 각종의 정책 및 사업들은 본질에 맞는 용어와 내용을 갖추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내 고장 상품 애용하기 운동’은 다른 고장의 상품은 애용하지 않거나 배척하여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의 질 높은 상품 선택권이 최대로 보장되어야 하는 자유 시장원리를 위반하는 것이 되고, ‘시?도민 한 마음 운동’은 모든 인간의 마음은 어느 누구도 강제하고 구속할 수 없는 고유하고 자유로운 것이기에 하나의 마음으로 엮을 수 없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이나 사업으로는 부적절하며, ‘역사 바로 세우기’는 국민이 아닌 국가가 주체가 되어 추진하여야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제2 건국 운동’은 국가의 모든 조직, 단체 및 기관들로 하여금 위법, 탈법, 비리, 부정, 부패 등으로 얼룩진 비정상 상태에서 탈피하여 창업 시의 준법, 청정, 민본 등의 정신과 철학 등이 빈틈없이 실천되는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자는 의지와 각오 등을 천명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운동이나 사업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으며, ‘미래창조’는 미래는 본질이나 속성상 발견이 아니라 발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마땅히 창조를 수반하게 되므로 두 용어를 같이 사용하는 것은 개념을 중복케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되고, ‘나라 바로 세우기’는 제2의 건국 운동과 같이 정치를 비롯하여 모든 분야가 국민의 안녕 및 복지 극대화와 이념 및 민본철학, 법과 정의 등에 맞게 운영 및 관리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합의 및 적극적인 실천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두말할 것 없이 국민이나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나 사업 등에 대한 공공결정은 올바른 개념을 정립한 것이어야 하고 그 개념은 본질 적합성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본질 적합성 속에는 인류에 대한 천부인권설에 바탕을 둔 기본권의 존중과 민본의식이 절대적 가치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결정은 국민과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도모하기 위한 공적인 행동노선(a course of action) 이라는 점에서 그 어떤 결정이나 선택도 인권과 민본 철학 등의 구현이 전제된 것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특정한 집단이나 지역 및 계층 등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중앙정부의 각 부처를 비롯하여 각종 사회단체 및 조직 등은 현재진행형의 국민 및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등에 대하여 그 개념이 본질적합성에 부합되는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여 모든 공공결정들이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본질에서 벗어났거나 공적인 용어로 인정될 수 없는 정체성이 모호한 사업 등은 단호하고 과감하게 정리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를 바로 세우고 인간의 삶을 건강케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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