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청주 상권의 흐름도

(동양일보 이정규 기자) 소비도시로 전국적으로도 알려진 도시 청주가 장기간에 걸친 경기 악화의 파고 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가장 마지막 신도시, 신흥 상권으로 조성된 율량2지구마저 상점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의 ‘마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흥 상권 지역뿐 아니라 기존 상권 지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상권일수록 ‘부익부’에 해당하는 상점 숫자가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주 상권의 흐름을 ‘패션’과 ‘먹거리’ 상권으로 분류해 짚어보고 흥망성쇠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19일 낮 12시. 청주 율량2지구 상가 밀집지역 좁은 골목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임대 딱지를 붙인 빈 점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신흥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하기 짝이 없다. 상인들은 지속적인 경기 악화와 임대료 지불, 최근에는 최저 임금 인상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폐업까지 고민하는 주인도 있다. 빈점포(공실)만 하나둘씩 늘고 있다.

성안길(옛 본정통)로 시작된 청주의 상권은 도시 규모 팽창에 따른 신도시 형성으로 점차 분산되기 시작했다.

패션 상권은 1990년대까지만해도 가두점포(로드숍) 중심이었다.

단연 성안길 로드숍이 중심이었다.

성안길 로드숍은 서울 명동과 대구 동성로와 함께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처럼 성안길 중심의 상권이 2000년대 들어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상권 활성화에 한몫했던 흥업백화점과 APM, 쥬네쓰 등 대형쇼핑몰이 영업을 포기해 유동인구의 감소를 불러일으킨 데다 2012년 9월 현대백화점 충청점, 같은해 11월 롯데아울렛 청주점이 오픈하면서 가두상점들의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에 에잇세컨즈, 후아유, 스파오, 원더플레이스 등 대형 SPA와 편집숍이 상권 활성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유니클로만 선전할뿐 나머지는 여의치 않다.

상권의 분산에서 아울렛의 등장도 한몫했다.

2006년 비하동 블루 21, 2007년 미평동 에버세이브, 같은 해 봉명동 파비뇽 아울렛 등이 들어서면서 패션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지만 이들 중소형 아울렛들은 현재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한두군데 뿐이다.

이외에도 청주에서 신탄진 방면 국도변에 아웃도어 상설 할인 점포들이 우후죽순 문을 열면서 또다른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패션 점포들이 생기면서 과당 경쟁에 따른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음식점과 주점이 몰린 먹거리(먹자) 상점들 역시 과당 경쟁과 경기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자상권 역시 처음에는 청주 성안길에 몰려있었다.

하지만 성안길과 이어진 서문대교 풍물시장이 청주시 정책으로 문을 닫으면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여기에 성안길에 유일한 포장마차 거리까지 폐쇄되면서 소비자들이 늦은 저녁 성안길에 남지 못하게 만들었다.

먹자상권은 청주 용암광장 주변, 충북대 중문, 청주대 주점거리, 하복대 주점거리, 금천 광장 등으로 분산되다 최근에는 율량2지구와 지웰시티 주변 서부상권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업 중인 상권은 기껏해야 지웰시티 주변 상권과 하복대 상권 정도다.

다른 상권은 일부 상점에만 손님이 몰리고 상당수 점포들은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 상권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흥상권까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청주 율량 2지구의 한 점포에 임대를 알리는 표지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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