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한 달이 지나면서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유가족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10시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동조사단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자들은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현장 대응 미흡에 대한 소방지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하며 소방청장도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인과 책임을 밝혀 누구나 걱정 없이 다중이용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안전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유가족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는 설명도 했다.

반면 일선 소방서의 책임만으로 몰아붙여서 될 일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족한 소방인력과 낡은 장비, 미비한 소방법규 등이 사태를 키운 주범인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진심어린 반성과 개선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현장에서 목숨 걸고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만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이번 화재 참사 당시 부실 대응 논란을 받고 있는 소방관들을 처벌하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만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수십 건의 제천 소방관 처벌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 게시된 ‘제천화재관련 소방공무원 사법처리반대’라는 청원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었다. 22일 오후 3시 현재 3만1126명이다.

1993년 1월 7일 새벽에 발생한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건도 소방관들에 불똥이 튀었다.

당시 붕괴의 원인은 화재였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무리한 설계와 자금난으로 인해 3차례의 무리한 설계변경이 이뤄지는 등 부실공사였다.

일부철근이 제대로 배근되지 않은 문제, 콘크리트 내에서 나무 조각 등의 이물질 다량 발견 등의 불량시공이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소방본부장을 전보발령하고 청주소방서장과 방호과장을 직위해제했다. 반면 도지사와 청주시장에 대해서는 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소방관들의 분노와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5명의 소방관이 다치는 등 진화에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온 건 소환조사와 징계다. 소방대원들의 직업에 대한 회의가 극도로 팽배해 있는 상태에서 취해진 징계조치로 감정에 손상을 입은 2명의 소방대원이 사표까지 제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도 소방책임자들이 줄줄이 직위해제 됐다. 충북소방본부와 119소방실, 제천소방서는 압수색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강압적인 압수수색과 사법처리는 소방관들의 자괴감만 키울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주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 있었던 25년 전과 같은 여전한 소방관 책임 소재에 대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법률안 제·개정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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