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유소년축구팀의 위장전입과 집단합숙 논란이 팀 해체와 팀원인 보은중학생들의 타 지역 전출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사자 간에 쌓인 불신감과 감정대립으로 깊게 패인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은유소년축구팀 사태는 지역 청소년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타 지역에서 전입한 학생들만으로 팀을 구성한데서 비롯됐다. 대도시의 경우 유소년축구팀은 해당지역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보은유소년축구팀 창단 당시 보은지역에는 팀을 구성할 청소년 선수가 없었다. 축구팀을 운영해오던 보은중마저 막대한 운영비와 학생 수 감소로 팀을 유지할 수가 없어 몇 년 전 해체한 상태였다. 팀 구성이 어렵게 되자 보은유소년축구팀은 타 지역 선수들을 불러들여 지난해 3월 보은중학교에 전입시켰다. 전입생들은 방과 후 보은 체육공원에서 코치를 두고 축구연습을 해왔다.

일반학생으로 보이던 이들이 전입학 관련 규정, 주민등록법, 학교체육진흥법,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위장전입과 집단합숙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9월 이들 중 한 학생의 전학으로 이어진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터다. 이를 조사하던 학교 측은 전입생들이 보은읍 모 아파트에서 집단 합숙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학생 부모들에게 보은중 학구외 지역에서 전입할 경우 학생 가족이 학구로 이주해 함께 거주해야 한다는 전·입학 요건을 갖출 것과 집단합숙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학교 측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보은유소년축구팀 소속 학생들은 보은읍내 농촌체험마을로 숙소를 옮겨 집단합숙을 계속했고 보은중학교는 마침내 자진전학을 권고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유소년축구팀 소속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며 보은 체육공원에서 축구연습을 하는 등 반발했고 학교 측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유소년축구팀을 고발했다. 유소년축구팀도 강제전학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학교 측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체육계를 중심으로 인구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며 각종 스포츠 팀을 유치하려는 보은군의 노력에 협조는 못할망정 학교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반면 보은군의 열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질서를 지키고 법을 준수하도록 가르쳐야 하는 교육기관에 위법을 묵인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런 가운데 보은유소년축구팀원 18명 가운데 절반은 연고지 학교로 복귀하고 절반은 축구관련 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으로 전학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은유소년축구팀은 또 보은체육회에 가맹단체 탈퇴서를 제출해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되는 분위기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의 중학생들이 겪었을 심적 고통과 정서적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보은중학교 구성원들도 학생들 못지않은 정신적 고통과 명예실추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지혜와 노력,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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