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선수 “정현 선수처럼 되고 싶다”
생활체육 동호회 가입·레슨 문의 잇따라
테니스라켓 등 관련 용품 판매량도 늘어

▲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샌드그렌을 3대0으로 꺾은 정현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정현(22·한국체대·세계랭킹 58위)이 호주 오픈 4강에 오르는 등 연일 국내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면서 테니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관련 용품 수요가 늘어나는 이른바 ‘정현 효과’가 일고 있다.

정현은 24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8강전 테니스 샌드그렌(26·미국·세계 랭킹 97위)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6-4 7-6<7-5> 6-3)으로 승리를 거뒀다.

앞서 지난 22일 열린 16강에선 전 세계랭킹 1위였던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0으로 제압하며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8강에 진출하는 이변도 연출했다.

이 같은 정현의 활약은 동료와 후배 선수들에겐 큰 자극제가, 국민들에겐 테니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충북지역 한 유소년 테니스 지도자는 “어린 선수들이 정현의 활약을 보면서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생 유소년 선수들은 ‘나도 정현 선수처럼 되고 싶다’며 정현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삼일공고에서 테니스부 선수들과 학교 관계자들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8강 경기에서 정현이 미국의 테니스 샌드그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삼일공고는 정현의 모교이다.

생활체육 테니스 동호회나 테니스 레슨 클럽에는 동호인 가입이나 레슨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테니스 동호회 회장은 “정현이 자신의 우상이라고 한 전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를 이긴 경기 후 10여명이 동호회 가입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의 또 다른 실내연습장 관계자는 “아직까지 크게 사람들이 늘어나진 않았지만 최근 레슨 시간 등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새해 들어 운동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정현의 활약을 보고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테니스라켓, 테니스화 등 관련 용품도 ‘정현 효과’의 수혜를 입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옥션에선 최근 한 주(15~21일) 테니스라켓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테니스화는 6% 증가했다. 11번가에서도 16~22일 테니스 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테니스가방은 34%, 경기용품은 83%, 테니스라켓은 7% 매출이 올랐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선 테니스화, 테니스티셔츠 판매가 전주에 비해 각각 14%, 24% 늘었다.

다만 일부 테니스 관련 품목의 경우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 호주 오픈 대회의 영향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세계적 스타는 그 종목을 단숨에 인기종목으로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박세리가 1998년 LPGA투어 US오픈에서 맨발투혼 끝에 우승한 뒤 골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국내 골프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또 박세리를 보며 골프를 시작한 이른바 ‘세리 키즈’가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현재 LPGA 무대를 휩쓸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역시 마찬가지다. 김연아가 세계무대를 재패하자 많은 어린이들이 피겨스케이트를 배우러 나섰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트 불모지였던 한국에 ‘붐’을 일으켰던 것이다.

정현도 지난 22일 조코비치와의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나의 승리를 통해 한국에 테니스 붐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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