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생존자·소방관 “악몽 잊혀지지 않아” 600여건
시민들도 우울증 여전…제천시 심리 상담·치료 지원

▲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째가 된 지난 20일 오전 스포츠센터 건물 인근 거리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있다.

(동양일보 장승주 이도근 기자) #. “아직도 잠결에 지나가는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벌떡벌떡 놀라 깹니다.”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 가족을 잃은 한 유가족은 참사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천 참사 뉴스를 볼 때다 참혹한 당시 현장이 떠올라 분노를 참기 힘들다고 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화재 현장에서 다친 이들과 구조·진압작전을 펼친 소방관, 유족들은 물론 이웃의 참변을 지켜봐야 했던 주민들이 여전히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 23일까지 한 달여간 시가 운영하는 심리안정지원팀의 심리 치료·상담 건수가 600건을 넘어섰다.

대면 상담이 412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보 제공 180건, 전화 상담 등이 94건이었다.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 하루에 한 번꼴로 심리안정지원팀을 찾아 상담을 받은 피해자도 적지 않다.

인구 13만6000명의 소도시인 제천은 사망·부상자는 물론 유가족 등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그러다보니 유족들은 가족의 목소리가 잊혀 지지 않아서, 일부 부상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불면의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

한 유족은 “밤이면 잠을 못 자고 밖으로 달려 나와 소리를 지르곤 한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STD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이 같은 트라우마는 극심한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에 노출된 후 정신적, 생리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상태가 심한 경우 악몽이나 환각, 불면 증세 등을 겪기도 한다.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자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천화재 희생 유가족 대표들이 소방청장의 동영상 보고를 보며 오열하고 있다

화마와 사투를 벌였던 소방관들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긴 마찬가지다. 특히 초기 대응 부실 논란에 휩싸이며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등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일선 소방관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져 있다.

한 소방관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도 “참혹한 현장을 겪었던 참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구조를 못 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대원들의 정신적 고통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하소동은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스포츠센터 건물 탓에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제천의 대표적 신흥 상권이던 이 일대는 애도 분위기 속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영업을 중단한 채 문을 닫은 식당들도 많다.

한 시민은 “아직도 건물만 보면 누군가 갇혀 있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가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 제천소방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15일 오전 제천소방서 소방대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천시는 폐허가 된 스포츠센터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크다는 판단에 따라 건물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아예 가림막으로 건물 전체를 뒤덮어 버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의견과 관련, 이근규 제천시장은 지난 19일 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가림막 설치 방안을 전문업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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