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마치 강건너 남의 일처럼 여기는 안전 의식 부재가 또다른 피해를 양산시킨다는 사실을 정부 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자각해야 한다.

제천에서 지난달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지 불과 한달 만인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또 불이나 28일까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도 151명, 총 사상자가 189명이다.

제천 화재는 분명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까지 나서 화재에 대한 원인 등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숙의하고 있었다.

유가족과 소방당국은 여전히 책임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는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이 일이 있은 지 한달만에 더 큰 화재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가 38명에서 더 늘어날지 지켜보고 있을 정도로 밀양 화재의 인명피해는 최근 수년간 화재 사망 사건 중 역대급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만일 제천 화재를 보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26일과 같은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까.

어떤 곳이든 화재는 분명히 발생할 수 있다는 의식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이런 참담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은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

자신의 집부터, 사무실, 근무지 모두를 둘러봐야 한다.

화재 위험이 어디 도사리고 있는지, 화재 발생시 진화시킬 장비는 이상이 없는지, 소방서와 연락채널은 완벽한 지 등 화재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철저히 점검해 봐야 한다.

정부도 화재 대비를 위한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건축물 관리제도를 포괄하는 관리법을 추진하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본다.

건축법과 공동주택관리법,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특별법,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현재는 관리 대상별로 너무 복잡하게 나눠져 있다.

포괄적 건축물 관리체계가 없고 신축 건축물 규정 위주로 이뤄진 건축법은 기존 건축물 화재에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준공 이후 모든 건축물을 수시로 점검하고 정밀점검도 받도록 해야만 한다.

소방체계도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열악한 재정의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든지 아니면 소방관의 신분에 변화를 주는 점도 고려해 봐야 한다.

소방인력 부족은 아주 오래전부터 나온 말이지만,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

소방헬기, 사다리 등 장비 하나하나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어쩌면 대비하지 못한 사이 화만 키운 것은 아닌 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민은 국민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화재가 ‘나의 일’이라고 여겨야지, 지금까지처럼 ‘남의 일’이라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한달여만에 두 번의 대형 화재가 수많은 사람들을 원치않는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제 세 번째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서는 안된다.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고 화재를 사전에 막는 지혜가 국민 각자에게 지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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