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얼마 전 혼자 놀던 아들 녀석이 의기양양하게 오더니 대뜸 “베이블레이드 버스트게임을 하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한참을 되물은 끝에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베이블레이드’에 등장하는 팽이로 대결을 해서 한 쪽 팽이가 분리되면 이기는 게임을 하자는 것이었다.

어릴 적 갖고 놀던 팽이생각도 났고 오랜만에 아들과 놀아주고 싶은 생각에 팽이게임을 시작했다. 게임 방법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과거의 팽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먼저 수십여 가지의 베이(팽이)와 런처(팽이를 돌리는 도구), 스태디움(팽이게임판) 등등 용어나 사용방법 등이 복잡했다. 더욱이 쇠와 플라스틱이 결합된 팽이의 위력은 ‘왱왱’거리는 소리만큼이나 강력했고 강한 회전력에 의해 게임판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또 팽이마다 중량, 공격력, 방어력, 버스트력, 기동력, 지구력 등이 각각 다르게 제작됐으며 좌회전, 우회전 팽이로 구분돼 있었다.

문제는 강하게 돌린 팽이를 게임판에 동시에 놓는 순간 발생했다. 아들의 팽이가 내 손등에 떨어지면서 작은 상처를 냈고 급기야 팽이가 오른쪽 검지를 스치면서 손톱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하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란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 더 이상 아픈 내색을 할 수 없었고 밴드로 깨진 손톱을 감싼 뒤에야 놀란 가슴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아들과 또래 친구들 역시 게임을 하다 손가락 부위에 팽이를 맞아 멍들기 일쑤라고 한다.

이처럼 성인에게도 위험한 이 팽이 게임은 현재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온가족이 함께하는 국민 가족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엔 팽이 제조회사에서 주최하는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지역대회를 거쳐 챔피언십에 참가는 것이 ‘어린이들의 꿈’이라고 할 정도로 그 인기는 매우 높다. 루키(48개월~7세), 주니어(8~10세), 유스(11~13세) 등의 연령대로 구분해 치르고 있는 이 대회 출전을 위해 전국의 각 대회장은 어린이와 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금도 회전력과 파괴력 등이 향상된 신제품은 출시되기가 무섭게 매진되고 있으며 일부 어린이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신제품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부모를 졸라 일본에서 직접 공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잘 갖고 놀 수 있는 것은 장난감이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다치기 쉬운 것은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다. 물론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남감이기에 장갑 등의 보호 장구도 없이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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