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계자

(동양일보) 포켓몬 고가 상륙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각종 AR 모바일 게임들이 터질 기세라며 언론에서는 ‘한국형 포켓몬 고’라는 타이틀까지 붙이고 야단들이다. 그동안 이렇게 혜성같이 나타나는 패러다임의 사항을 보면 “한국에서는 왜 이런 거 못 만드니?”로 시작해서 말들만 많은 것이 아니라 재바른 카피캣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별다른 결과를 낳지 못하고 시장에서 흐지부지 사라지곤 했다. 쉽게 실증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청나라 말기 양무운동을 연상해 본다.

애로호 사건과 아편전쟁으로 피폐해진 청나라는 서양의 군사력과 기술력을 당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우리의 고유 동양 정신만은 유지하되 서양의 기술만 흡수해서 강해지자는 운동이 양무운동이다. 중체서용(中體西用)의 기치를 걸고 동양의 정신을 간직하고 서양의 기술 즉 진보된 기술로 부국강병의 꿈을 꾼 속셈이었다. 각 지역에 신지식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고 근대식 공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전된 기술을 낳은 서양인들의 정신 즉 목표가 뚜렷하지 못한 꿈이었다.

매이지 유신으로 선진 기술은 물론 새로운 정신으로 무장한 일본에 의해 양무운동의 꿈은 무너지고 만다. (청일전쟁)

한국형 포켓몬 고라고 다를 바 없다. 중태서용(中體西用) 즉 동도서기(東道西器)의 뜻처럼 정신상태는 제쳐두고 기술만 받아들이거나 카피 한다면 양무운동 꼴이 되지 않을까.

지금 한국형 포켓몬 고를 변형 또는 카피해서 시장에서 돈벌이가 되든지 안 되든지 나는 관심 없다. 다만 이 프로그램을 만든 티지리 시토시라는 사람의 목적과 감성 그 정신만은 잊지 말고 반영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의 미래 아이들을 위해서.

포켓몬 고를 만든 티지리 시토시는 자신이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숲, 곤충들을 접하면서 뛰어다니던 감성과 경험을 토대로 빌딩 숲속의 요즘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아이들은 정신이 밝고 맑다.

한국형 포켓몬 고, 어떻게 변형될지 이미 되었는지 모르지만 티지리 시토시의 감성과 정신을 부응하는 게임으로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의 미래지향적이며 자연과 함께하는 감성이 바로 한국의 미래니까.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일에는 실증 즉 권태가 없다는 사실도 참조하면 좋겠다.

청나라가 양무운동의 실패 원인을 깨닫고 지금은 세계 최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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