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송산리 고분군 30년 만 발굴
웅진 도읍기 ‘백제 왕릉’ 즐비
충남역사문화연구원 내달 조사
적석 유구 두 곳 성격 규명키로

충남 공주 송산리 고분군 조사지역. 가운데 노란색 원이 무령왕릉, 위쪽 붉은색 원이 D지구, 아래쪽 붉은색 원이 A지구다. 이번에 조사가 이뤄지는 곳은 무령왕릉과 모형전시관 사이에 있는 A지구 1020㎡와 1∼4호분 북쪽 D지구 625㎡이다.

(공주=동양일보 류석만 기자) 충남 공주 송산리 고분군(사적 13호)가 30년만에 발굴된다. 이곳에는 웅진도읍기 백제(475∼538)의 왕릉과 왕릉급 무덤이 모여 있다.

29일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1988년 송산리 고분군 조사에서 확인된 적석 유구(積石遺構·돌로 쌓은 건물의 자취) 두 곳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2월 말부터 진행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일부인 송산리 고분군에는 구릉을 따라 무령왕릉을 포함해 백제 고분 7기가 있다.

계곡을 사이로 서쪽에는 무령왕릉과 5∼6호분이 있고, 동북쪽에는 1∼4호분이 있다. 이 가운데 1∼6호분은 일제강점기에 조사됐고, 무령왕릉은 1971년 배수로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1∼5호분은 횡혈식 석실분(橫穴式 石室墳·굴식돌방무덤)이며, 6호분과 무령왕릉은 벽돌을 쌓아 만든 전축분(塼築墳)이다.

나무로 덮여 있는 A지구에서는 30년 전 조사에서 한 변의 길이가 14.2m로 추정되는 사각형 석축의 일부가 나왔다. 당시 조사단은 신목(神木)을 세울 수 있는 기초시설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 유적을 제례의식과 관련된 시설로 판단했다.

봉분 형태로 복원된 D지구에서는 폭이 1단 15m, 2단 11.4m, 3단 6.6m인 계단형 적석 유구가 드러났다. 목관과 같은 매장시설은 없었고, 세발토기와 옹관 조각 등이 수습됐다. 이 유구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 2호분이나 4호분과 유사해 고구려가 한성을 함락했을 때 목숨을 잃은 백제 개로왕의 가묘(假墓·임시로 조성한 무덤)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제사시설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종수 충남역사문화연구장은 “30년 전에는 시굴조사 형태여서 제대로 된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적석 유구에 대한 논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적석 유구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송산리 고분군의 정비와 복원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자 한다”며 “발굴조사를 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앞서 오는 2월 8일 백제시대 제단시설에 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백제시대의 제의’, ‘백제시대의 제단시설’, ‘제단시설 조사 방향’에 대한 연구자들의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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