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파가 심각한 상황에서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속출해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정부의 지방 공공기관 채용비리 점검 결과 기관장의 지인, 지역 유력 인사의 아들. 딸이 낙하산으로 채용되는 특혜가 일상이 돼 있다시피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행정안전부가 29일 발표한 지방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489개 기관에서 1488건의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 비리 유형은 다양하다. 기관장의 지인의 아들을 채용하기 위해 공개시험을 없애고 예비 합격자 순위를 조작하기도 했다. 밖으로는 공개채용 형식을 갖췄더라도 실상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행안부는 적발된 1488건 중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26개 기관 중 23개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를 의뢰했고, 3개 기관도 조만간 할 예정이다. 나머지 기관은 징계·문책 등을 지자체에 요구했다. 징계·문책은 90건, 주의·경고·훈계 909건, 개선·권고 등은 463건이다.

충북지역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등도 대거 적발됐다.

충북도와 11개 시·군의 출자·출연기관 49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곳(53.1%)이 직원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안부는 이들 기관 관련자 90여명에 대해 경징계와 훈계, 주의 권고 등 징계, 주의, 개선 등을 요구했다. 징계 요구 대상기관은 충북테크노파크(6명), 충북신용보증재단(1명), 청주복지재단(1명),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1명) 등 4곳이다.

특히 충북테크노파크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 기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3명을 채용하면서 우래 대상 자격증과 경험이 없는 응시자에게 우대 배점을 부여해 합격시켰다.

사법기관이 수사에 착수하면 충북테크노파크가 부적격자를 합격시킨 과정에 간부들의 압력과 지시나 외부의 채용 청탁 등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개 기관은 서류심사를 부적정하게 하거나 모집 공고 규정 위반, 내규 확대 해석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 같은 지방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마저 갉아먹는 대표적 적폐이자 엄중한 범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유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 너무도 심각해서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실체를 에누리 없이 들춰 보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요란하게 실태 파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이제는 재발 방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 인사 비리 연루자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물렁물렁했다. 지난 5년간 지방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1476건 중 절반 이상은 개선이나 권고 수준으로 그쳤다.

정부는 이번에 밝혀진 채용비리에 대한 관련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물론 재방 방지책을 세우고,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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