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유기적 소통, 2500만 원 피해 예방

(동양일보 이정규 기자) 농협은행 동청주지점이 최근 지점 직원들의 기지와 발빠른 대처로 고객의 거액 보이스피싱 사고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동청주지점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시30분께 A씨는 “본인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으니 돈을 모두 인출해 집에 보관해두면 검찰청 직원이 방문해 안전하게 보관해준다”는 사기범의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으로 검찰청 공무원증과 사기연루 공문, 가짜 검찰청 사이트 주소를 전송받은 A씨는 이 말을 믿고 황급히 농협은행 동청주지점을 찾아와 직원에게 예금통장에 예치된 25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동청주지점 홍성은 계장은 거액인 점을 감안, 수표나 계좌이체를 권유했다.

하지만 A씨는 현금인출을 고집하고 무언가 쫓기듯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홍 계장은 보이스피싱을 직감하고 옆 동료 직원인 신경희 계장과 이성국 지점장에게 내부 통신망으로 이 사실을 알린 뒤 현금 인출을 지연시켰다.

신 계장은 A씨가 이날만 지점 방문이 세번째고 이전 거래는 인터넷뱅킹 이체한도를 증액했다고 답장을 하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홍 계장은 전표 뒷면에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것 같다고 글씨를 쓰며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지만 A씨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홍 계장은 평소 교육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람들이 범인들과 전화를 끊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A씨 왼쪽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손을 뻗어 빼아았다.

A씨는 2시간30분가량 범인과 통화를 하고 있었고 홍 계장은 경찰이 올 때까지 전화통화를 유지하려 했지만 상황을 눈치 챈 범인이 욕설을 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청주 성안지구대는 고객 예금을 지켜준 홍성은 계장 등 직원들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성국 지점장은 “농협은행은 금융사기 피해예방을 위해 임직원 교육에 힘쓰고 있다”며 “금융기관 사칭, 자녀납치, 개인정보노출 등으로 접근하는 경우 경찰서에 즉시 신고하거나 금융회사의 지급정지제도 등을 통해 금융사기를 미연에 방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을 막아낸 농협은행동청주지점 이성국 지점장(왼쪽), 홍성은 계장(세 번째), 신경희 계장(다섯 번째) 등 임직원들이 30일 레드카드를 내보이며 금융사기 퇴장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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