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홍연기 논설위원 / 한국교통대 교수) 요즘 대학입시, 그 중에서도 수시전형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수시 전형의 근간은 학교생활기록부 즉, 학생부인데 학생부는 크게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으로 구성되어있다. 우리가 흔히 ‘내신’이라고 하는 것은 학생부 중의 교과영역을 말한다. 과거 대학입시에서는 소위 내신이라고 하는 교과영역만을 반영했다면 지금의 대학입시에서는 비교과영역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내신이라는 용어의 유래를 살펴보면 씁쓸한 기분을 피할 수 없다.

전성은 선생님은 2011년에 출판한 “왜 학교는 불행한가”라는 책에서 내신의 유래를 설명하였다. 일제강점기에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은 물론 사상적으로도 건전함(?)을 보장받아야만 했었다. 사상적 건전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통학교 교장의 추천서가 필요했다. 추천서는 추천하고자 하는 학생은 절대로 독립사상을 가르칠 염려가 없다는 일제에 대한 충성 보증서였고 이 추천서가 없으면 사범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의 사범학교 추천서는 갈색 봉투에 넣고 붉은 도장으로 표시를 하여 아무도 열어볼 수 없게 한 기밀문서였는데 이 추천서를 내신(內申 , secret letter)이라고 하였다. 해방이후에도 내신이란 말은 고교생들의 고교시절 수학능력에 대한 척도로 사용되어 왔는데 처음 이 말을 도입한 사람이 일제 강점기 때의 ‘내신’의 의미를 몰랐을까? 군사독재로 살벌하던 시절에서 내신은 사회체제에 불만을 품지 않고 제도권 교육에 충실함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신’이란 단어가 가지는 불순한 의미를 떨쳐버릴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입시에서 사용하는 학생부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줄임말로 다르게는 생기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 생활기록부라고 불리던 시절에는 학교 성적과 학년별 특별 활동과 행동특성, 신체적 발달 사항만이 기록되었으나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교육개혁안에 따라 학교에서 이수한 전 교과목별 성취수준과 석차,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출결사항, 특별활동, 단체 활동, 봉사활동 사항, 자격증 및 각종 대회 실적, 성격 및 품성 등 학교생활을 보다 총체적으로 기록하게 되었고 생활기록부의 명칭은 지금의 학교생활기록부로 바뀌었다. 이는 과거 교과 성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시대의 변화에 맞는 지성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 결국 1997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종합생활기록부(지금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필수 전형자료로 하고 본고사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대입제도를 발표, 시행하게 되었다. 중간에 내신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내신 평가방법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인 등급제로 바꾸는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학생부 반영과 본고사 폐지 정책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학생부가 도입 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두고 특정 계층에게만 유리한 ‘금수저’전형이라 일컫기도 하고 전형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들은 ‘깜깜이’전형이라고도 한다. 지난해 ‘사교육없는 세상’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2만5천명의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결과 학생들의 준비 부담이 크다는 응답이 약 70%에 달하였고 전형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응답 비율이 약 40%에 이른다고 하였다. 굳이 이와 같은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대입 전형요소로서 학생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금이 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생부는 교과 및 비교과 영역 모두를 포함한 다면적인 성취도 측정을 위한 도구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다. 다만 정성평가에 대한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 학생부 종합 전형 과정에서의 일부 불미스런 일들로 인해 학생부가 갖는 원래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설령 학생부 종합 전형이 문제가 많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안이 과거의 사지선다형 일제고사에 따른 줄 세우기가 될 수는 없다. 평가의 단순화는 일면 공정해 보일 수는 있으나 창의적인 인재, 전인적 능력을 갖춘 인재의 양성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 모두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학생부 종합 전형이 될 수 있도록 학부형의 경제적 토대가 개입될 수 있는 영역 보다는 공교육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 위주로 학생부 구성 요소가 개선되어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금수저’, ‘깜깜이’ 논란이 해소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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