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법 적용 안돼 497개교 중 17.5%만 설치
화재 취약 드라이비트 공법 시공 교실 3849곳

▲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작업을 벌이는 동안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충북지역 학교 10곳 중 8곳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는 등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학교도 50.1%에 달해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31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497개교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학교는 87개교(17.5%)뿐이다. 유치원(단설)은 23곳 중 21곳, 초등학교 257곳 중 27곳, 중학교 125곳 중 18곳, 고등학교 82곳 중 13곳, 기타(특수) 10곳 중 8곳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다.

현행법상 학교의 스프링클러 설치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 건축물은 바닥면적 1000㎡·높이 4층 이상 또는 총면적 5000㎡ 이상이다. 이는 2004년 개정·시행됐다.

도교육청은 “소방 관련법에 따라 모든 학교시설에 적법한 소방시설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병원은 해당 법령의 소급 적용을 받아 오는 6월 30일까지 스프링클러를 달아야 하지만, 학교 등 일반 건축물은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다. 4층 이하 또는 과거에 지은 학교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은 저수조, 펌프실, 배관 공사 등 막대한 비용과 시공 상의 장애를 고려할 때 쉽지 않다.

학교는 좌우와 중앙 등 계단이 많아 유사시 대피는 수월하다. 그러나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스프링클러 없어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학교 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도 시급해 보인다.

특히 도내 학교 50.1%(249개교)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다. 외단열 공법의 하나인 드라이비트 공법은 단열재로 스티로폼을 활용, 화재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해 12월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도 이 공법으로 지어졌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들이 25일 스티로폼, 아이소핑크, 난연스티로폼, 글라스울 등 4개 종류로 만들어진 드라이비트 구조 외장재(높이 1.8m, 폭 0.9m 크기)의 연소시험을 통해 화재 확산 속도를 비교하고 있다.

도내 249개교의 본관·별관 교사, 기숙사, 생활관, 강당 등 3849실이 이 같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천에 이어 밀양 화재 참사까지 대형 인명피해 참사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학부모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일반 건물 규정을 어린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 건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교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우 교육감도 지난 30일 간부회의에서 “시설물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며 “화재예방 훈련과 대피훈련도 소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오는 18일부터 3월 30일까지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민간 전문가와 함께 비상 발전기 등 스프링클러 주장비 작동 및 검사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드라이비트와 관련해서는 화재 위험성과 손상 여부 등을 살필 생각이다.

또 학교 건물의 신축, 증·개축 때 준불연재 이상의 외단열재를 사용하는 지침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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