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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에세이 - 첫사랑의 추억, 교사 소명식
동양 에세이 - 첫사랑의 추억, 교사 소명식
  • 강샛별
  • 승인 2018.02.01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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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샛별 <주성초 교사>
강샛별 <주성초 교사>

“선생님, 오늘 최종합격 발표가 났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며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작년 교육실습 기간 동안 지도했던 청주교대 학생이 2018학년도 충북임용시험에서 합격해 연락이 온 것이다. 오랜만에 연락하기가 망설여졌을 텐데도 기쁨과 감사함을 전하고자 한 후배의 마음이 기특하여 함께 저녁 식사를 할 것을 제안하였다. 저녁을 먹으며 곧 교사가 될 후배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묻는 질문들에 답을 해주다보니 그 눈빛 속에서 나의 첫사랑 석봉초가, 그리고 그곳에 있던 나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내가 신규교사로 석봉초에 발령 나던 해에 교장, 교감선생님께서도 새로 부임하셨다. 두 분 모두 승진 발령이셔서 첫 교장, 교감을 역임하게 되는 해셨다. 3월 환영식에서 마주앉으신 교장선생님께서는 나를 포함한 신규교사들을 앞에 두고 학교장으로서의 비전을 말씀하셨다.
“내가 교장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규교사 소명식’입니다.”
신규교사 소명식. 처음 듣는 행사였지만, 내가 아직 교직 문화에 생소해서 처음 듣는 줄 알았다. 최근에는 몇몇 학교들이 신규 교사를 위한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홍보되기도 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런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기나긴 교직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는 신규교사에게 소명 의식을 일깨워주고 첫 마음과 열정을 다짐하게 해주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셨다. 본인이 오랜 세월 걷고 나니 교사는 그저 생계수단을 위한 직업이 아니라 사명감과 소명 의식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였기에, 이제 첫 걸음을 떼는 후배에게 그것을 마음 깊이 새겨주고 싶으셨으리라.
석봉초에서 이루어진 첫 신규교사 소명식은 먼저 오전에 신규교사들의 부모님을 초청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 부모님들과 교장실에서 대면하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귀한 자제분들을 훌륭하게 잘 양육해주셔서 이렇게 우리 학교 선생님으로 보내주심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셨다고 한다. 그 후 교장선생님께서는 직접 나의 교실로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오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자식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앞에 두고 가르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시던 부모님의 눈빛을 잊을 수 가 없다.
수업 공개 후에는 소강당에 전교직원이 함께 모였다. 소강당에는 ‘신규교사 소명식’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고 교장선생님께서 자비로 준비하신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교감선생님의 인사말에 이어 우리 학급의 반장이 앞으로 나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였다. 까불까불하던 아이가 제법 의젓하게 읽는 편지에 마음이 뭉클했다. 곧이어 내가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드리는 글을 읽는 순서가 돌아왔다. 나는 첫 인사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임용시험을 보면서 3차 수업 면접 때 입었던 정장을 그대로 입고 왔습니다. 조금 촌스럽지만 그 때의 그 간절함과 열정을 잃지 않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무릎까지 오는 단정한 투피스 검은 정장과 통굽 가죽 실내화. 누가 봐도 ‘신규 초보 선생님’이라고 보일만한 조금은 촌스러운 복장이었다. 사진도 찍을 텐데 더 예쁜 옷을 입을까 고민도 됐지만, 임용 시험 때 선생님이 되길 고대하며 입었던 그 정장만큼 이 자리에 적절한 옷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촬영한 기념사진은 아직도 아버지의 책상에 고이 놓여 있다. 사진 속 나는 위아래 이가 훤히 보일만큼 활짝 웃고 있다. 길고 긴 교직생활이 늘 이렇게 환하게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 소명식이 있던 바로 그 해에도 나는 장기 결석 여학생을 학교에 데리고 오기 위해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그 학생의 집으로 가서 거의 업다시피 하여 학교를 오기를 반복했다. 지체장애인이신 어머님과 인사를 나누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랫동안 빨지 않아 때에 찌든 이불 속에 씻지도 않고 얼굴을 파묻고 있었던 아이를 설득하여 옷을 입히고 학교로 데리고 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금 경력에서 생각해도 어려울 그 일을 신규교사가 별로 힘들지도 않게 뿌듯한 마음으로 해냈던 것은 바로 그 때 새겨진 소명 의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소명식에서 다짐했던 그 때의 첫사랑, 첫 마음을 늘 내 자신에게 상기시키면서 정직하게 한 걸음 한걸음 걸어 나가야겠다.
2018년 오늘, 내 앞에 예전에 나처럼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신규교사들이 있다. 나는 후배 신규교사에게 직접적인 소명식을 열어줄 수는 없지만, 내가 아이들과 만나는 모습을 통해 교사의 소명 의식이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또한 그들이 처음 걷는 길에 당황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따스한 말과 보이지 않는 왼손으로 도와주어서 그들의 소명감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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