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지방 공공기관에서도 채용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조사된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824개 지방공공기관의 최근 5년간 채용업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는 대전·세종·충남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백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간판만 걸면 중앙이든 지방이든 가리지 않고 채용 비리 요지경이었던 것이다.
대전·세종·충남에서는 1개 기관이 수사의뢰, 7개 기관이 징계 요구를 받았다.
지역 공공기관들의 인사 비리 유형은 다양했다. 수사의뢰 된 세종도시교통공사는 특정인의 합격을 위해 채용정보자료를 사전에 제공하고, 경력 부족으로 자격이 미달인 자를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시켰다. 밖으로는 공개채용 형식을 갖췄더라도 실상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세종시문화재단도 마찬가지다. 자격요건의 적정성 평정 기준 배점 간격을 변경하고, 동점자 우선순위 기준을 어기는 등 부적절한 채용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른 취업준비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탈락한 취준생들의 상실감은 이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전신용보증재단과 대전평생교육진흥원도 채용비리 징계 대상기관으로 적발됐다. 대전시는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비리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 안팎에서는 채용 절차에 대한 규정 미비와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대전에서는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직원 부정채용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효문화진흥원이 채용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이번 공공기관 점검에서는 충남연구원도 적발됐다. 때문에 조사 결과에 따라 충청권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반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각종 비리가 우리 사회에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공공기관에서 이처럼 대대적으로 검은 채용이 이뤄지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놀라울 따름이며 ‘비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덮어써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공공기관에 지원했다가 피해를 본 당사자는 물론이고, 고시원·도서관에서 시험준비를 해온 수험생은 허탈감과 배신감에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리는 듯하다.
정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채용 비위자를 엄중히 조치한다고 한다. 또 지방 공공기관이 각 지자체와 채용계획을 사전 협의토록 하고 모든 채용정보를 지방공기업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클린아이'에 공개토록 하는 한편, 인사 운영의 적정성 여부를 정기적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먼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이런 대책은 공염불이 될 것이 뻔하다. 정부가 더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근절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 구직자들에게 공공기관은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청년들의 꿈을 짓밟는 채용 비리는 중대한 사회 범죄로 몇 배나 더 무겁게 단죄해야 한다. 채용 비리가 적발되면 이유 막론하고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는 강도 높은 처벌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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