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강사 15년…화재·재난·교통 등 안전문화 확산 위해 노력재치 있는 입담에 알기 쉬운 설명까지…인기강사로 등극[화제의 인물] 김영옥 충북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회장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아버님, 어머님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이 누구에요? 큰아들로 해 놓으시면 안돼요. 1번은 119로 해놓으셔야 돼요. 불나면 큰아들한테 전화하지 마시고 꼭 119로 전화하셔야 해요.”

터졌다 하면 대형 참사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등 수 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유가족이나 부상자는 물론 일반 시민까지 ‘화재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청주시를 순회하며 안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화재안전교육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안전전도사’ 김영옥(51·사진) 충북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회장(이하 충북안실련)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청주시의 ‘찾아가는 경로당 화재안전교육’ 강사로 초빙돼 읍·면·동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겨울철 화재 및 생활안전 등에 대한 강의를 펼치고 있다.

안실련은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붕괴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1996년 창립했다.

충북안실련은 2001년 4월 문을 열어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맞는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교통안전교육을, 화재보험협회와는 화재안전교육, 한국승강기공단과는 승강기안전교육 등을 펼친다.

김 회장은 2003년부터 안전 교육 강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딸이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학교대표로 안전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교육 후 각종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전 전문 강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선 안실련에서 진행하는 안전전문강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안실련은 강사 양성을 위한 세미나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안전지식과 소양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나 안전 교육 강사가 될 수 있다.

교육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안전교육은 기본 이론교육과 동영상시청 실습 등으로 이뤄진다. 교통안전교육에서는 횡단보도, 신호등 실습체험, 화재안전교육은 대피훈련 실습 등이 진행된다.

김 회장의 교육은 재미있기로 소문이 났다. 재치 있는 입담과 알기 쉬운 설명, 재미있는 비유까지. 처음엔 소극적이었던 사람들도 어느새 ‘열혈 수강생’이 된다.

“화재안전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안전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교육이 끝난 그 자리에서 소화기를 단체로 구입하자는 얘기도 많이 하십니다. 그럴 때면 교육을 잘 한 것 같아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안전’이 최고 화두로 떠오른 만큼 김 회장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5월까지 청주지역 경로당 195곳을 순회하며 화재안전교육을 펼치고 있다.

화재교육이 끝난 6~7월에는 초등학교 80곳에서 물놀이, 심폐소생술안전교육을 할 예정이다.

8월에는 지진, 폭염, 미세먼지 등 재난안전교육이,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등도 계획돼 있다.

꼭 필요하지만 잘 알아주지 않는 일이 바로 ‘안전교육’이다. 참사 때마다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안전과 안전교육을 등한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안전 강사로 활동한지 15년. 이제 지쳤을 법도 한데 안전교육 시간만 되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꼬박 1시간, 강연을 마치고 쉬지도 못한 채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도 지친내색 한번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안전교육 외에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피해지원 사업의 희망봉사단으로 봉사활동을 5년째 펼치고 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피해자나 피해가족들을 매월 방문해 가사도우미, 반찬지원, 행정적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안전은 교육이 중요합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안전의식을 갖게 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대처능력을 키워준다면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시설물을 설치·운영하는데 안전을 먼저 고려한다면 ‘안전한 한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박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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