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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삶의 질은 개선이 아닌 향상의 대상<박종호>
풍향계 / 삶의 질은 개선이 아닌 향상의 대상<박종호>
  • 박종호
  • 승인 2018.02.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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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정부는 국민 또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존재한다. 중앙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을, 지방정부는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임무로 한다. 크게는 경제개발, 사회개발, 산업개발, 정신계발 등을, 작게는 시장. 학교, 봉사 및 복지시설, 교량, 공원, 편의시설 등을 건설 내지 설치하고 갖가지 대민복지 창출활동을 전개한다. 전자를 하드개발이라 할 수 있고 후자를 소프트개발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의 질(quality of life)은 무엇을 말하고, 향상시킨다는 것은 어떻게 한다는 것을 말하는가. 삶의 질은 지표로서 표현되는데 지표란 어떤 것에 대한 가치나 방향 및 기준 등을 가리키고 향상(enhancing)이란 그러한 것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삶의 질 지표는 전통적으로는 경제성, 편리성, 안전성, 쾌적성 등이,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민(民)의 의식이 고도로 높아진 현대에 와서는 전통적 지표에다 민본성, 대응성(민의의 수용성), 선제성, 혁신성, 참여성 등이 추가되고 있다. 경제성은 민의 의식주와 기본적인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가치기준을 말하는 것으로 산업발전, 취업기회, 산림 및 수자원 보호 등의 산업·경제적 기능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편리성은 각종 장치나 기제(機制:mechanism)들이 사생활에 대한 비밀이 보장되고 원활한 공공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는가에 대한 가치기준을 말하는 것으로 경관구성, 문화시설, 위락시설, 도서관, 공원과 같은 공익 및 사회 복지적 사업의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며, 안전성은 국민이나 주민의 생명에 위험이 없고 재산이 확실하게 보호되는 지표로 풍수해 예방과 같은 자연적 조건의 구비, 화재, 폭발 및 교통사고, 흉악범으로부터의 인명 보호 등과 같은 공익 및 사회 복지적 기능을 내용으로 한다. 쾌적성은 청정한 환경이 확보되고 상·하수도의 청결, 대기나 수질오염과 같은 공해의 방지, 공간녹지의 충분한 확보 등을 골자로 한다.

현대에 이르러 대두된 지표들 중 민본성은 국가와 사회 등이 펼치는 대민 업무는 민주주의의 원리 하에 모두 민을 위한 것이어야 함을 가치기준으로 한다. 이는 국가나 사회는 민을 중심으로 하는 민본철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상에 근거한 것이다. 시대의 정신이 관 중심에서 민 중심으로 전환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응성은 정부기관이 주체가 되어 추진하는 정책은 불특정 다수인의 이익으로 정의되는 공익의 구현을 위한 공적활동이라는 점에서 민의 기본적 수요나 의견 및 뜻을 충분히 반영하여 결정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가치기준을 말한다. 그렇기에 그에 맞는 절차적 내용적 민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선제성은 관의 모든 사업 및 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수요나 요구, 위기와 문제 등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파악하고 예상하여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가치기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 각종의 재난사고나 최근에 발생한 제천 밀양 등의 화재참사 등은 국가나 사회가 안전이나 위기관리를 선제적으로 하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유비무환의 정신과 사후치료적이 아닌 사전예방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사회가 다원화 및 다양화될수록 수동적이 아닌 자발적인 대처 등의 필요성은 증대된다. 그리고 혁신성의 지표는 인간은 누구나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와 발전 및 복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대민적 사업이나 정책 등은 항상 변화지향성(change-oriented)을 띠어야 한다는 가치기준이다. 어디까지나 변화지향성은 시대변화와 민의 욕구 및 수요의 변화에 소극적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자체를 이끌어 가서 그 변화를 의도한 방향으로 착근시키는 기관형성의 단계에까지 이르게 하는 적극적 능동적인 형태를 취하여야 한다. 끝으로 참여성은 국가와 사회의 모든 활동은 민을 위한 민본위의 공적행동이라는 점에서 민의 참여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가치기준이다. 민은 주인이고 직접당사자라는 점에서 민의 참여는 필요·충분요건이라 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가 계획하고 수행하는 모든 대민사업은 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핵심임무로 한다. 땀과 노력이 소득으로 연결되어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이동, 이용, 사용, 안전 등이 확보돼야 한다. 모든 공적 사업들이 민본의 철학 하에 추진돼야 한다. 관은 민의 요구가 제기되기 전에 미리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주의할 것은 삶의 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법으로서의 ‘개선’이 아닌 ‘향상’의 개념을 구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념이 잘못되면 본질이 변질되거나 정책의 오류를 초래하게 된다. 이 점에서 개념의 명확성은 특히 중요하다. 정부의 대민 정책에 대한 바른 개념 정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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