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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충주호·청풍호·단양호 다 그냥 부르자<김영이>
동양칼럼-충주호·청풍호·단양호 다 그냥 부르자<김영이>
  • 김영이 편집상무
  • 승인 2018.02.0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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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해묵은 이름 논란이 재연됐다. 충주호 명칭 변경을 둘러싼 제천과 단양의 요구가 다시 불거지면서 지역 간 갈등이 또 재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충주호 명칭 변경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1998년이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면적이 제일 많은 제천 쪽에서 특정지역을 지칭하는 충주호가 아닌 청풍호로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면서다. 실제 충주댐 전체 면적 74.455㎢중 제천 44.15㎢(59.3%), 충주 22.10㎢(29.7%), 단양 8.20㎢(11%)지역이고 전체 호수길이 53㎞ 가운데 57%인 30㎞가 제천지역이다. 또 수몰지역에 살던 인구 역시 충주시와 단양군보다 많은 전체의 48%인 1만8700여명이 제천사람들이어서 명칭 변경의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제천지역에서 20년동안 죽 이어왔다. 그동안 제천시민들은 청풍호 이름 되찾기를 위해 청풍호 사랑실천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줄기차게 활동해 왔다. 이 지역에서 청풍호 이름 대신 충주호 혹은 충주댐이라고 불렀다간 큰 코 다친다. 그만큼 제천시민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5년 전엔 한 방송에서 청풍호 명칭 대신 충주호로 사용한 것에 반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댐 주변 3개 시·군중 수몰면적과 수몰인구가 가장 많은 현실과 상관없이 붙여진 명칭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제천시민의 강력한 의지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이같은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제천시에 대한 취재거부와 방송국 폐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었다.

제천시는 홍보전에 나섰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 인근과 주요 도로 곳곳에 ‘청풍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의 대형광고판과 플래카드를 설치해 청풍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 충주댐관광선 이름을 청풍 1·2호로 변경하는 데 성공했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청풍호 선상 해맞이 행사를 열어 청풍호라는 이름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2008년에는 제천시민 300여명이 청풍호 이름찾기 전국 자전거 대행진에 나서 충주를 거쳐 청주로 가다가 충주와 제천 경계인 월악대교에서 양 주민간 충돌이 빚어졌다. 충주를 통해 청주를 가겠다는 제천 사람들을 충주사람들이 충주 땅은 절대 밟을 수 없다며 막아서 일촉즉발 위기까지 갔다. 당국은 위기상황에 대비해 다리 밑에 구명보트까지 대기시켜 놓았다. 다행히도 자전거행진단이 우회를 택해 청주로 가는 바람에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충주호 명칭 변경을 둘러싼 양 지역 간의 입장이 얼마나 첨예한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충주시민들은 처음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제천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적극 대응으로 선회했다. 충주~제천 경계지역에 충주호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을 설치해 맞불작전에 나섰고 충북도에는 (제천시의) 명칭변경 사용에 대한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양 측의 대립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충주시민들은 본 댐이 충주에 위치해 충주호로 확정한 것 뿐 인데 뒤늦게 고쳐 달라고 하니 딱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천 쪽에서 청풍호라고 부르는 것을 부르지 말라고 물리적으로 막을 수도 없었다.

수년동안 잠잠하던 충주호 명칭 변경 논란은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충주호’ 이름이 국가지명위원회 의결을 받지 않은 ‘지명 미고시 수역’이라고 밝히면서 또 터졌다. 국토지리정보원측은 “표준지도인 국가기본도에서 충주호라고 표기돼 있고 오랜 기간 그렇게 불러왔지만 지명위원회 의결을 거친 공식지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제천 쪽에서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수중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류지역 단양군도 단양호로 부르겠다고 공언했다. 인공호수 이름을 놓고 세지역이 ‘삼각전’에 돌입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명을 바꾸려면 시·군→도→국가지명위원회를 거쳐야 된다. 하지만 지도와 관련 문서 등을 모두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한자가 틀리거나 어감이 이상한 지명을 바꾼 선례는 있어도 한 물줄기 덩어리를 지역별로 분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을 갖고 지역 간 갈등을 빚는 것은 서로 득될 게 없다. 충주에서 청풍호·단양호라는 이름을, 제천·단양에서 충주호라는 이름을 인정할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딱 한가지 해결책이 있다. 각 지역에서 필요한대로 이름을 다 부르게 하자. 그냥 충주호·청풍호·단양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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